▲박인배는 진실을 숨긴 채 고통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딤즈데일, 박은석은 분노와 질투로 자멸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칠링워스로 분했다.
극단 죽도록 달린다
두 번째 관람작은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의 뮤지컬 <주홍글씨>이다. 공연 모든 회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소극장 환경을 고려해 무대와 객석 사이를 허물어 확보한 보다 넓은 공간, 여기에서 펼쳐진 30여 명 배우들의 합창과 움직임은 빠른 템포의 음악과 만나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했다.
뮤지컬 <주홍글씨>는 고전을 원작으로 둔 탓에 제작진에게 적잖은 부담감을 줬다. 우려 섞인 시선들도 교차했다. 하지만 원작의 큰 줄기를 따르되 이야기의 흐름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별하고 압축한 장면들이 빠르게 전개된다. 극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고유의 원작이 간직한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끌어당겼다.
아쉬운 점도 있다. 로저 칠링워스의 주도면밀한 복수 과정이 마녀사냥과 맞물려 딤즈데일의 남모른 고통이나 헤스터 프린이 감당해야했던 날카로운 시선 그 이상으로 부각됐다.
배우들의 호연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오진영은 사랑을 지키고자 용감해져야 했던 헤스터 프린, 박인배는 진실을 숨긴 채 비겁한 침묵 속에서 남모르게 타는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 속에서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는 딤즈데일, 박은석은 분노와 질투로 자멸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칠링워스로 분했다. 노래와 대사는 물론 말투와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도 디테일을 살려내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구원의 음을 향한 우륵'만'의 멀고 험한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