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문집고은 시인 등 시인 3명과 역사학자 3명이 공동으로 엮은 '광교산 기슭에서'
하주성
동네사람 6명이 책을 엮었다. 지난해 초여름 저녁 광교산 기슭 허름한 밥집에서 술을 한 잔 하고 있던 사람들이, 술기운이 오르자 '술만 마실 것이 아니라 동네사람끼리 문집 하나 오붓하게 묶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술자리에서 의견을 낸 사람은 바로 광교산 자락에 새 보금자리를 튼 고은 시인이다.
그래서 만들어 진 문집이 바로 시인 세 사람과 역사학자 세 사람이 함께 모여서 만든 동네사람들의 문집인 <광교산 기슭에서>에서 라는 책이다. 이 6명의 사람들은 고은 시인을 비롯하여 김우영, 정수자 등 3명의 시인과, 이달호, 한동민, 김준혁 등 지역의 역사학자 세 명이다.
"주제는 광교산이다"라고 가을 단풍이 물들 즈음 다시 만난 고은 시인은 못을 박았고, 고은 시인 역시 각 시인마다 10편의 신작시를 쓰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산문을 담당할 세 사람의 역사학자들에게 원고 200매라는 말에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렇게 <광교산 기슭에서>가 태어났다.
동네사람 같지 않은 동네사람들어이할 수 없습니다광교산 시루봉은 춤입니다안개는개천년 풍상을 휘저어광교산 종루봉 형제봉은 춤입니다고래 창성사 터광교산 문수봉은 춤입니다오늘 따라비가 비를 따라오니비의 하루에 젖은 사느란 혼내나는 춤입니다고은 시인의 '광교산은 춤입니다'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렇게 미발표된 신작시 10편씩을 시인들이 새로 지어냈다. 1부 시를 맡은 고은 시인은 '광교에 와서', '광교산은 춤입니다', '달밤', '낙엽찬송' 등 10편의 시를 내어놓았다.
수원시인협회 명예회장인 김우영 시인은, '출토 창성사지', '광교 사라지다', '광교 어느 날' 등 10편의 시를, 그리고 한국시조대상을 수상한 정수자 시인은 광교산 시편으로 '그늘의 권속', '폐사지의 먼 그늘' 등 10편의 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