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강화도 갯벌로 떠난 야호 가족들과의 들살이 풍경.
한혜미
본격적으로 수소문해 찾은 곳이 고양시 일산에 있는 공동육아어린이집 '야호'다. 자연을 벗 삼아 나들이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가는 곳, 어른들이 시키는 학습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곳이었다.
또 아이들이 아침(간식) 점심 오후(간식)마다 건강한 먹거리를 양껏 먹고, 텃밭에서 직접 키운 갖은 채소로 간식을 손수 만들어 먹는다. 19년의 깊은 역사가 숨 쉬는 바로 여기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린이집 운영도 달랐다. 아빠·엄마들과 교사들이 함께 어린이집 운영에 머리를 맞대고, 단순히 아이들을 맡겨 키우는 곳이 아니라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삶이 있는 곳이 야호다. 돈벌이를 위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교사의 일탈을 감시하기 위해 CCTV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야호는 그렇지 않다.
물론, 애초부터 공동육아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다만, 아이가 마음껏 뛰어 노는 데에 뜻을 함께 하는 부모 여럿이 모여, 더불어 육아를 실천하자는 데 공감해 긍정적으로 고려했을 뿐이다. 공동육아가 출발한 1990년대 초반의 시대적 배경이나 공동육아가 지향해 왔던 나눔과 자유의 내용은 지금도 조금씩 천천히 알아 가고 있다.
입학 후, 우리 아이는 어떻게 지냈을까. 아이의 밝아진 모습을 보면 작년 한 해 공동육아를 선택한 것에 일말의 후회가 없다. 엘리베이터에서조차 낯선 사람이 오를라치면 내 치마폭에 꽁꽁 숨던 아이였다.
그런데 야호에서만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살갑게 손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엄마, 야호에서는 선생님이라고 안 하고 그냥 캥거루, 리본 이렇게 부르면 된대. 리본이 알려줬어."
사실 야호의 '반말' 문화를 처음 접한 순간에는 적응이 어려웠다. 혹시 '예절'을 익히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어 우려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대찬성이다. 말을 낮춤으로써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의 벽을 허물고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 아무 거리낌 없이, 어떠한 적응 기간도 두지 않고 모두의 별명을 부르는 데에 자연스러워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의 확신은 더욱 견고해 진다.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공동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