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나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163차 수요집회'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일본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부산의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17세 때 남태평양으로 끌려간 고 황선순 할머니는 3년간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뇌경색, 당뇨 등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했다.
이날 집회에는 추운 날씨에도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김복동 할머니가 참석했다.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 옷을 입고, 목도리로 바람을 막았다. 코끝이 빨갛게 변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회 참여자들의 발언을 경청했다. 시민들도 집회가 끝날 때까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집회는 고등학생 연합봉사동아리인 HIT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자유발언에 나선 일부 학생들은 준비한 발언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마다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자유발언에 나선 박보영씨는 "내가 이렇게 자유발언을 하는 것도 큰 의지와 용기가 필요했다"며 "그런데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진 용기를 보며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승은씨는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를 낭송했다. 이씨가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라고 시를 읽자, 시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발언을 하지 않은 시민들도 팻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한 여고생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꽃은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을 들었고, 다른 학생들은 '황선순 할머니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기억은 살아있습니다. 우리가 이어가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사죄하면 마음 놓고 훨훨 나비가 돼 떠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