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미 금리인상 착수시점 '4월 이후'로 제시지난 2014년 12월 1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옐런 의장이 연방 자금 금리를 올리기 전 '상당기간'을 기다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다. 분석가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곧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옐런 의장이 TV 카메라 모니터에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지난해 12월 17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며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옐런 의장은 상당기간이라는 표현 대신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는 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it can be patient in beginning to normalize the stance of monetary policy)"고 말했다. 여기서 정상화 절차란 금리인상을 말한다.
옐런 의장은 '인내심(be patient)'이라는 표현이 종전의 '상당기간'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선을 그었으나, 많은 분석가들은 금리인상이 멀지 않았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자칫하면 제2의 IMF 사태 올 수도 있다미국의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현재 초저금리 상태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상태를 상당기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그동안 양적 완화로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금리보다 살짝 높은 수준의 금리일 정도니. 그런데 향후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과 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지거나 심할 경우 미국의 금리가 더 높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떤 상황을 야기할까?
우리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 이상 한국이라는 나라에 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의 금리가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과 비슷하거나 높은데 뭣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나? 미국에 투자하지. 금융 거래의 상당부분은 단타성이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 상당수가 한국에서 금융상품을 팔고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외국인 투자자가 단시일에 빠져 나가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선 외환보유고부터 따져 보자. 유럽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면서 우리나라 돈을 주면 받을까? 당연히 안 받는다. 한 나라의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그 나라의 국력에 비례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상품을 수입하면서 원화로 결제를 하면 누가 받겠는가?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어쩔 수 없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외국돈, 예를 들어 달러 같은 것을 어느 정도 비축해 놔야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1998년에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유도 나라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돈이 나라 안에서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금리가 올라서 수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금융상품을 팔고 얻은 돈(원화)을 국내에서 달러로 바꿔서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단기간에 국내의 외환보유고가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외국인 보유 비율이 꽤 높다.
게다가 이렇게 단기간에 한국 돈을 팔고 달러를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 환율은 어떻게 될까? 환율 역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한국 돈은 파는 사람이 많고 달러는 사는 사람이 많다면 당연히 우리나라 원화의 돈 가치가 떨어진다. 때문에, 예를 들어 1달러에 1000원하던 것이 1500원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돈 가치가 떨어지면 이렇게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단시일에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 불안해진다. 왜냐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금융상품은 원화로 가치가 표기되어 있는데, 이 상품을 달러로 바꿨을 때 가치가 점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10억 원 가치의 한국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1달러에 1000원 환율이면 100만 달러 가치가 있는데, 1달러에 1500원이 되면 약 67만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돈의 환율이 상승하면 자신의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환율이 더 상승하기 전에 처분해야 한다는 심리가 생긴다. 이것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면 한국 금융상품 투매현상이 일어나고 그 결과 외환보유고는 더욱 급격하게 줄고 환율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이 상황이 악화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제2의 IMF 사태다.
한국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최악의 상황을 수수방관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도 금리를 더 쳐줄 테니 빠져나가지 말라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부채문제가 폭발하게 된다. KBS 박종훈 기자의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부채 문제를 흔히 가계 부채나 정부 부채, 기업부채로 나누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모든 부채를 합친 국가총부채에 달려 있습니다. 부채란 풍선과 같아서 가계 부채나 기업 부채가 눌리는 순간 순식간에 국가 부채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의 빚 문제를 살펴보려면 먼저 국가총부채 규모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그런데 2011년 맥킨지 부설 연구소인 MGI의 조사결과 한국의 국가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3.1배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우리가 한 해 동안 생산한 총량보다 총부채 규모가 3.1배나 더 많다는 얘깁니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의 총부채가 GDP의 2.6배였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이 2.8배로 떨어진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의 총부채 규모는 정말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BS, "[취재후] 양적완화 종료, 2015년엔 빚더미가 몰려온다!", 2014년 11월 3일2011년에 이 정도니 지금은 국가총부채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 뻔하다. 최근에 가계부채도 급격하게 증가했지 않나.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대출 상품 대부분은 고정금리가 아니라 변동금리 상품이다. 변동금리 상품은 시중의 금리가 오르면 내가 내야하는 이자도 따라서 올라가는 상품인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변동금리 상품을 선호한다.
사실 당연하다. 금융기관들도 금리가 올라가면 예금주들한테 이자 더 쳐줘야 한다. 금리 상승 때문에 더 쳐줘야 하는 이자를 결국 누구한테 뜯어가겠는가? 당연히 대출받은 사람들한테 뜯는 것이다. 변동금리 상품은 금융기관이 이자 상승으로 인한 자신의 부담을 온전하게 대출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우리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면 결국 빚을 진 수많은 서민들이 내야 할 이자가 상승하는 것이다.
금리 오르면 다중채무자 압박 심해져... 가계·기업·정부 모두 망한다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면 먼저 문제가 발생하는 쪽은 빚을 여러 개 떠안고 있는 다중채무자들이다. 지난 2014년 11월 14일, 인천에서 일가족 세 명이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 가족이 집을 무려 15채나 소유하고 있어서 화제가 됐는데, 사실 이 15채는 경매에서 싸게 낙찰 받은 집을 다시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소유한 집들이었다.
부동산 15채에 대출이 끼어 있으니 이자만 해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런 다중채무자들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각각의 채무에 대해 모두 이자가 상승하기 때문에 부담이 대폭 증가한다. 결국 이 다중채무자들 중 이자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상당수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하려고 시장에 내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