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검정고양이, 음식물찌끼기통을 노리고 매일 방문한다. 자주 대면하니, 고양이의 경계심도 많이 풀어졌다.
이상옥
개 두 마리 배설물만 해도 마당의 나무들 거름으로 충분한 듯하다. 이웃에 사는 고양이는 음식물 찌꺼기를 노리고 매일 집으로 온다. 집 테라스에 음식물통을 두고 있는데, 밤이 되면 간혹 딸깍이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면 불청객 고양이가 음식 찌꺼기를 훔쳐 먹는다고 내는 소리다.
야단을 치면 달아나지만 별로 겁을 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고양이와 나는 서로 익숙한 관계가 되고, 심하게 혼을 내지 않기 때문인지 나를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로도 보지 않는다. 이날 아침에는 나를 빤히 보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유유히 볕을 쪼이는 것이다.
시골집이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이라곤, 새나 고양이 정도다. 새는 반가운 손님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자주 찾아오는 고양이와 서서히 정이 들어가는 중이다. 봄이 가까워지니 마음도 한결 너그러워지는 듯하다.
그런데 라이카만은 고양이만 오면 짖어댄다. 원래 라이카는 잘 짖는 개다. 내가 짖는 것을 싫어하는 걸 아는지 요즘은 가능한 짖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 같다. 타고난 본능을 주인을 위해 억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찌 보면 안쓰럽다. 고양이가 음식물 찌꺼기를 훔쳐 먹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경고한다고 짖어댄다. 이것마저 못하게 하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봄이 가깝다. 라이카도 고양이에게 나처럼 좀 더 너그러워 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곳이라도 평화롭고 조화로운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