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교사(28)영생고 교사
윤성희
- 만약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권 : "지금이라면 회복적 대화 모임을 통해서 당사자와 부모님도 함께 오셔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죠. 결론은 똑같을 수도 있어요. 퇴학을 하거나 책임을 지고 자퇴를 하는 걸 그 아이가 선택할 수도 있고, 유예를 해서 다음 해에 학교가 받아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와 선생님과의 관계, 아이와 아이의 관계를 우리가 회복시켜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정 : "그 과정이 있었으면, 선생님의 마음이 좀 풀어졌다면 징계수위를 낮췄을 수도 있었겠죠. 사회봉사, 교외봉사를 하고 함께 갈 수 있었을텐데..."
박 : "그 학생을 위해서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이 아이가 반성을 했을 텐데요. 빠른 시간 내에 진행이 됐어요. 자기가 잘못을 얼마나 했는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고 자퇴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했다보다는 그만뒀다는 결과에 상처를 받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권 : "당시 우리가 멀리 내다보고 시간을 충분히 갖자고 했는데 그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못했어요. 기존의 지도방식에는 처벌이 맞고 빨리 격리시키는 게 답이라고 봤거든요. 선생님의 마음을 빨리 회복시키는 게 그 아이를 안 보게 하는 거라고 본 거죠.
저희는 '좀 더 충분하게 시간을 갖자' '이 아이가 학교 밖을 나가면 누가 관리를 하나'란 마음으로 할 수만 있으면 함께 데려가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어요. 워낙 큰 사건이었고 동료교사와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쉽지가 않았죠."
박 : "저는 그 사건에서 부모님도 상처를 받았다고 들었거든요. 영생고는 믿는 학굔데 용서해줄 줄 알았다 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의 친구들도 다 상처를 받았다고 해요. 게다가 지금도 저희가 잊지 않고 그때를 생각하잖아요."
정 : "거기서도 선생님들,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이 아니다 보니까.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고요."
권 : "지금도 아마 그렇게 하자고 했을 때 회복적 정의를 반대하시고 그렇게 못하게 할 분들이 꽤 많아요. 이것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독서모임을 통해서 하려는 것이 그런 것이고요. 비록 9명이 하고 있지만 읽은 책은 전체 교사에게 공지하고 함께하려 해요. 생각을 공유하려고요."
- 자신을 아프게 한 아이를 안 보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죠.정 : "듣다보니 그렇네요. 교직생활하면서 내내 생각이 날 거예요. 선생님이 계속 그런다는 것은 마음이 치유가 안 됐단 거잖아요."
권 : "관계가 치유가 안 됐죠. 그 아이가 더 좋은 아이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그 기회를 활용을 못한 거죠."
박 : "그와 관련한 선생님들, 담임선생님이라든지 관련 선생님이라든지 합의가 됐어야 했을 거예요."
회복적 생활교육이 넘어야 할 산이 있다권 : "우리 사회가 생각해봐야 하는 게 있어요. 빨리 해결하면 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오래 걸리면 잘못된 거고 잘못 처리한다고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학생지도를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런데 기다려주질 못하는 거예요. '빨리 해결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선이 아니다'라는 게 공유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빨리 해결해버림으로써 끝맺음이 된 것처럼 보여, 해결이 된 거라고 우리는 생각을 한다는 거죠. 그 학생이나 교사는 마음속에 분노나 상처가 있지만 그냥 누르고 가는 거죠. 다른 상황에서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때 그 충격이 더 커지는 거예요. 이 학생과 교사에게 우리가 잘 해결을 했는지 봤을 때 오히려 나중에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게 아닐... 이런 생각이 공유가 돼야 한다고 봐요."
-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받으면 바로 학교현장이 바뀌지 않을까 했는데 쉽진 않네요.박 : "시간이 많이 걸려요."
정 : "응보는 얼마나 쉬워요. 회복적 교육을 하려면 우리들도 시간이 많이 걸리죠."
권 : "서두르면 안 될 것같아요. 이게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한다면 대화모임을 만드는 방법을 도용한 게 아니라 가치, 철학, 신념 이런 것들이 공유가 됐을 때 이게 가능한 거겠죠, 좋은 방법을 도용만 하면 나중에 지치기도 하고요. 아니면 누가 공격을 하면 '안 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안 할 수도 있죠. 이건 사람과 철학의 문제라고 봐야겠죠."
정 : "맞아요. 사랑으로 어떻게 이걸 치유할지를 고민하고요. 피해자 입장에서 보자고만 해도 우리끼리 뭔가 이뤄질 수 있잖아요."
권 :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핵심은 상호존중이에요.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 피해자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 가해자조차도 존중받고 있다는 것. 이게 느껴져야 하잖아요.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해서 대화가 이뤄지고 대화를 통해서 결론들을 도출해 내는 이 과정들이 굉장히 중요한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회복적 서클, 대화서클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지역인사 몇 명 이렇게 구성해야 한다 식으로 하니까 안 되는 거예요. 토킹 스틱을 주고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위로 주사위 던져서 이야기 할 수 있듯이, 어떤 철학을 구현하고 뭘 얻고자 할 것인가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전하면 동의하지 않을 분이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거냐, 또 아이들을 통해서 어떤 교육효과를 얻고자 하는가를 이야기하면 분명 동의를 이끌어 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걸 얻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가야하냐고 할 때, 회복적 생활교육도 하나의 방안도 될 수 있다고 접근하는 것과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기 위해 이렇게 해보자는 큰 차이죠. 후자는 굉장히 힘들 거예요."
정 : "그건 꼭 그거지요. 학교폭력 없애야 하니까 체육교사 늘려라, 체육강사 몇 명 어떻게 해라. 그쪽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그게 좋으니까, 그래서 한 것인데 교육청을 돌아서 오면 '그렇게 해라'가 되니까요."
권 : "인성부로 떨어지면 인성부장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해요."
정 : "교육청에서 인성부로 떨어지면 집합연수를 할 거 아니에요. 본인 마음에 들어와서 '그래 이러니까 내가 들어야지'가 아니잖아요. 우선 와라, 해서 가서 들으면 '듣기 싫어 이거 꼭 해야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똑같은 것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죠."
권 : "접근방식을 달리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요구가 나와야 하는데 그걸 설명하지 않고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라고 하는 식인 거죠. 대화모임을 하고 학폭위 열지 말라고 하면 인성부장이 미칠 거예요."
정 : "그럼 실제로는 적용이 안 되고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 끝날 거예요."
권 : "이제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사례가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적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 학교가 아니라 학급이어야 한다고 봐요. 아직까지는 공감이 안 되기 때문에 그래요. 제가 속한 소그룹에서 철학과 신념이 적용되고 '이렇게 했더니 되던데' '관계가 좋아지던데. 나도 그렇게 해볼까'가 쌓여야 학교 단위로 진행이 되고요. 그렇게 시간이 좀 걸리겠죠.
정 : "사례를 듣고 이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퍼져 나가야겠죠."
교육청의 '지침'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