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패의 기록' <파산>을 내놓은 저자 이건범
이정환
- 회사가 망한 큰 이유로 성장주의가 극심했던 시기에 조급했고 그럼으로써 일관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꼽으셨습니다. 만약 천천히 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 보시나요?"조금 달랐겠죠? 우리가 갖고 있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고민하고 찾으려고 했겠죠. 그런데 스스로 그 힘을 믿지 않았기에 조급했고 오락가락했던 거죠. 우리의 힘을 존중하고 그 힘이 낼 수 있는 속도에 맞춰갔다면 훨씬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중소기업 가서 강연을 했을 때도 이런 말을 했어요. 자꾸 다른 기업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힘을, 자기 장점을 중시하라, 단점은 고치기 어려우니 어떻게든 장점을 키워라."
- 그럼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와 지금,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아...참...대답하기 그러네요(웃음). 그런데 진짜로, 지금이 결코 나쁘지 않아요. 좋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 운명을 책임진다는 건 정말 힘든 일 같아요. 이제는 그냥, 저 한 몸에 집중해서 생각하고 글 쓰고 사는 거,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재미있어요. 이런 걸 알게 된 것도 저한테는 굉장한 행운이죠.
무슨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워서 작가 길을 걸은 게 아니거든요. 써보면서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어떤 출발선에 서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해보라는 거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게 훨씬 더 고민을 진전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적성에 맞는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해 봐야 아는 거잖아요. 지레 겁내고 그러지 말자는 거죠."
- 연초에 많은 사람들이 뭔가 해보려고 합니다. 올해만큼은 어떤 성공을 그리죠. 그런데 12월 31일이 되면, 대부분은 실패 쪽으로 기우는데요."스스로 '난 안 돼', 그렇게 가는 경우가 오히려 많죠. 실패했을 때는 분명히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게 생기거든요? 실패라는 건 사실 실천, 실천했을 때만 실패도 가능한 거잖아요. 뭔가 늦게 시작한 사람들? 앞서 간 사람들이 보지 못한 기회가 보이게 돼 있어요. 실천을 해야만 그런 기회가 제대로 보이게 되는 거죠."
- 정호승 시인의 글이 생각나네요. 실패를 기념하라."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자신을 인정하는 것인데 그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내 역사니까 내가 끌어안고 살아야죠. 사실, 처음에는 소화가 잘 안 됩니다. 나도 그랬으니까요. 내가 왜 파산했을까?(웃음) 어려운 세상 맞아요.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고, 그 자리에조차 가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어요. 불행한 사회가 되어 있어요. 굉장히 양극화돼 있는 게 문제죠. 이런 문제를 정치가 바꿔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죠."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극, 사회가 줄여줘야"- 우리 사회는 실패를 외면해버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극소수 성공에만 주목하고, 재기하기 매우 어려운 사회잖아요. 그래서 복지를 두툼하게 깔아야 한다고 쓰신 것 같은데요."내가 넘어지는 곳이 땅 구덩이다, 그럼 다들 겁나서 가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안전판을 깔아 줘야죠. 망할 수 있어요. 저처럼 쫄딱 망하는 사람도 생깁니다. 그럼 너무 힘들지 않게, 완전히 바닥으로는 내려가지 않게끔 말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도 용감한 돈키호테들은 생겨나니까요. 이 사람들이 실패했을 때 그래도 완전히 망가지는 건 아니라고 할 정도의 장치는 좀 만들어놔야 한다는 거죠. 이것도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할 책임이 사회에 있다? "그렇죠.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극을 사회가 줄여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창업할 수 있고, 예술도 할 수 있고,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많은 자산들이 보태질 거라고 생각해요."
- 실패가 지금보다는 재미있어질 수도 있겠군요."두렵지 않게 되죠. 길 가다 넘어질 수 있잖아요. 그게 뭐 부끄럽다고 그냥 그대로 넘어진 채로 있겠어요. 일어설 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겁은 부딪치기 전까지 나는 거잖아요? 감 떨어지기 기다려봤자 안 떨어지니까 나 스스로 바꿔야죠, 뭐. 내 인생 스스로를."
파산 - 그러나 신용은 은행이 평가하는 게 아니다
이건범 지음,
피어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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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00억원 사장의 파산...왜 비밀 공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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