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전망한 '경기 회복', 매우 위험하다

[새사연 2015 전망보고서 ① 한국경제] 3.8% 경제 성장전망 살펴보니...

등록 2015.01.22 16:57수정 2015.01.22 16:57
13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년 연초, 그해 한국사회의 흐름을 짚어보는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전망보고서>는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발간되며, 새사연의 연구원들이 한 분야씩을 맡아 보고서를 집필합니다. 새사연의 <2015 전망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총 8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작년 12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경제전망', '2015년 경제정책 방향', '참고자료'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 내용을 분석·비판하는 동시에 2015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에 대한 예측을 골자로 합니다. - 기자 말


민간소비 낙관에서 비롯된 정부의 '장밋빛' 경제 전망

지난 2014년 12월 22일, 정부는 '2015년 경제전망', '2015년 경제정책 방향' 그리고 '참고자료'까지 200쪽이 넘는 문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해당 문서에서 2015년 대한민국은 3.8%의 경제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말에는 3.9%의 경제성장을 전망했다. 한편 4/4분기의 전망을 포함한 실제 2014년 실적치는 3.4%다. 여기서 발생하는 0.5% 차이는 주로 민간소비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4 한국경제 전망
2014 한국경제 전망 기획재정부, 2014년 경제전망, 2013.1

 2013-2014년 실적과 2015년 한국경제 전망 비교
2013-2014년 실적과 2015년 한국경제 전망 비교기획재정부, 2015년 경제전망, 2014.

문제는 정부가 내년에도 민간소비가 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정부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긴축 정책을 제시했던 KDI가 이번에는 정부나 한국은행(아래 한은)보다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정부와 KDI 전망의 가장 큰 차이 역시 앞서 말한 민간소비인데(정부는 3.0%, KDI는 2.3%), 이 0.7%p가 둘 간의 성장률 전망 격차를 거의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정부는 양호한 고용증가세, 임금, 소득개선, 복지예산 증액 등을 소비 증가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가계실질구매력은 2012년 이래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소비 또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용률이 증가했는데도 실질구매력이 감소한 것은 고용 증가가 주로 노년층과 파트타임 여성층에서 이루어져, 1인당 실질임금은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계부채 양이 이미 한계상태에 도달했는데 거기에 더해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정책으로 인해 주택 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소비가 더 이상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또한 민간소비는 2010년 이래 계속 하락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민간소비가 감소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수출과 투자 전망, 미국 회복세에 속지 말아야


수출과 투자 부문 또한 낙관할 수 없다. 작년 하반기 한국의 대미수출은 10%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으나 미국의 성장은 사실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현재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상위 10%에게 귀속되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다음으로 중국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대 미국 수출의 증가에도 전체적으로는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부품 등 중간재의 국산화를 꾀하는 산업구조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2014년 들어 중국의 수출이 증가함에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그 외 수출 부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원화표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2015 경제정책 방향, '완화 또 완화'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5단체 초청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5단체 초청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앞서 언급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은 구조개혁, 경기대책, 리스크 관리 그리고 부록처럼 붙은 남북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대책 부분은 "시중에 떠도는 돈을 투자로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가득 차 있다. 예의 규제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니 수익성까지 보장해 주자는 게 금년 정책의 요지다. 특히 "민자유치 확대, 투자촉진 프로그램,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등 내수 활성화 정책"(관계부처, p4)이 정부 성장정책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토지를 적극 활용하고 개발제한구역의 해제요건을 완화하는 등 민간 임대 주택사업에 뛰어든다면 땅을 얼마든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형 임대주택 관리업의 인프라 구축도 약속했다. 이 모두를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지원하겠다고 확약했다. 이 정도면 가히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토목건설에도 민간자본을 끌어 들일 계획이다. 민자사업 대상에 도시재생 기반 시설을 포함하고 철도, 경전철, 항만, 환경시설 건설에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후 이 방식을 의료, 보육, 노인요양 시설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사회서비스사업에도 건설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산업의 성숙도와 같은 여러 조건과 상관없이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 바로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결국 혜택은 대기업이 누릴 것이다.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 요소가 많고, 특히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리스크 관리 3종 세트'라는 이름으로 가계부채 대책, 구조조정, 자본유출대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계 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것과 상호금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빼곤 별다른 대책을 내 놓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당시 '행복기금'에 의한 적극적 가계부채 축소를 약속한 것에선 거리가 멀다.

자본유출 대응에 관해서는 이명박 정부 때 신현송 당시 국제경제보좌관(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이 주도한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과세)'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에 따라 기존 자본유입완화장치를 탄력 운용"이라는 명목으로 3종 세트를 무력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유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규제'를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암덩어리'로 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진정한 문제는 구조개혁에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금융부문 그리고 노동과 교육부문 개혁은 과거의 개혁 방향, 이미 실패로 판명 난 '줄푸세'를 답습하고 있다. 시장과 경쟁의 요소를 더 많이 도입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바로 현재 위기의 원인인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 개혁을 단기에 군사 작전처럼 해치우려 하고 있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고 대중과 언론을 동원해서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최신의 포퓰리스트 쿠데타다. 이번 정책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적'은 대기업과 공무원의 노조이다.

구조개혁이란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에 관련 이해당사자의 손익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구조개혁을 성공하려면 고도의 정치과정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해도 개혁의 방법에 관해서 또 한번 백가쟁명(수많은 학자나 학파가 자신들의 사상을 자유로이 논쟁함)일 테다.

예컨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연금'이라는 주제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퇴직연금까지 지속가능한 노후 복지를 설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공무원들의 '특혜'를 부각시켜 공무원 연금을 깎고, 다음에는 군인과 사학연금을 건드리고 다시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식은 끝없는 갈등만 낳을 것이다.

'가상의 적' 앞세운 구조개혁, 후유증만 유발할 것 

2015년 한국경제는 지난 6년간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4년 1/4분기 전년 동기대비(즉 2013년 1/4분기 대비) 3.9%, 2/4분기 3.5%, 3/4분기 3.2%의 흐름은 4/4분기에도 이어졌다. 한은과 정부가 2014년 전체로 2013년에 비해 3.4% 정도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한 것은 4/4분기가 2%대 성장을 했으리라는 걸 의미한다.

물론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사업 등 건설과 관련된 정책을 성공시킨다면 3.5% 언저리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는 성장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건 우리의 과거에서도, 또 지금 미국 경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경기가 여의치 않으면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개혁'을 시도할 것이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대기업의 정리해고 자유가 타깃이 될 텐데 이는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사회적 합의 없는 구조개혁과 투기조장에 의한 경기회복은 매우 위험한 조합이다. 혹여 성공한다 할지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정태인 기자는 현 새사연 선임연구위원이자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창립 준비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5한국경제 #경기대책 #경제전망
댓글13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