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5단체 초청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앞서 언급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은 구조개혁, 경기대책, 리스크 관리 그리고 부록처럼 붙은 남북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대책 부분은 "시중에 떠도는 돈을 투자로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가득 차 있다. 예의 규제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니 수익성까지 보장해 주자는 게 금년 정책의 요지다. 특히 "민자유치 확대, 투자촉진 프로그램,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등 내수 활성화 정책"(관계부처, p4)이 정부 성장정책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토지를 적극 활용하고 개발제한구역의 해제요건을 완화하는 등 민간 임대 주택사업에 뛰어든다면 땅을 얼마든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형 임대주택 관리업의 인프라 구축도 약속했다. 이 모두를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지원하겠다고 확약했다. 이 정도면 가히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토목건설에도 민간자본을 끌어 들일 계획이다. 민자사업 대상에 도시재생 기반 시설을 포함하고 철도, 경전철, 항만, 환경시설 건설에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후 이 방식을 의료, 보육, 노인요양 시설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사회서비스사업에도 건설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산업의 성숙도와 같은 여러 조건과 상관없이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 바로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결국 혜택은 대기업이 누릴 것이다.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 요소가 많고, 특히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리스크 관리 3종 세트'라는 이름으로 가계부채 대책, 구조조정, 자본유출대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계 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것과 상호금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빼곤 별다른 대책을 내 놓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당시 '행복기금'에 의한 적극적 가계부채 축소를 약속한 것에선 거리가 멀다.
자본유출 대응에 관해서는 이명박 정부 때 신현송 당시 국제경제보좌관(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이 주도한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과세)'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에 따라 기존 자본유입완화장치를 탄력 운용"이라는 명목으로 3종 세트를 무력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유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규제'를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암덩어리'로 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진정한 문제는 구조개혁에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금융부문 그리고 노동과 교육부문 개혁은 과거의 개혁 방향, 이미 실패로 판명 난 '줄푸세'를 답습하고 있다. 시장과 경쟁의 요소를 더 많이 도입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바로 현재 위기의 원인인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 개혁을 단기에 군사 작전처럼 해치우려 하고 있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고 대중과 언론을 동원해서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최신의 포퓰리스트 쿠데타다. 이번 정책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적'은 대기업과 공무원의 노조이다.
구조개혁이란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에 관련 이해당사자의 손익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구조개혁을 성공하려면 고도의 정치과정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해도 개혁의 방법에 관해서 또 한번 백가쟁명(수많은 학자나 학파가 자신들의 사상을 자유로이 논쟁함)일 테다.
예컨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연금'이라는 주제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퇴직연금까지 지속가능한 노후 복지를 설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공무원들의 '특혜'를 부각시켜 공무원 연금을 깎고, 다음에는 군인과 사학연금을 건드리고 다시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식은 끝없는 갈등만 낳을 것이다.
'가상의 적' 앞세운 구조개혁, 후유증만 유발할 것 2015년 한국경제는 지난 6년간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4년 1/4분기 전년 동기대비(즉 2013년 1/4분기 대비) 3.9%, 2/4분기 3.5%, 3/4분기 3.2%의 흐름은 4/4분기에도 이어졌다. 한은과 정부가 2014년 전체로 2013년에 비해 3.4% 정도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한 것은 4/4분기가 2%대 성장을 했으리라는 걸 의미한다.
물론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사업 등 건설과 관련된 정책을 성공시킨다면 3.5% 언저리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는 성장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건 우리의 과거에서도, 또 지금 미국 경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경기가 여의치 않으면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개혁'을 시도할 것이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대기업의 정리해고 자유가 타깃이 될 텐데 이는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사회적 합의 없는 구조개혁과 투기조장에 의한 경기회복은 매우 위험한 조합이다. 혹여 성공한다 할지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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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전망한 '경기 회복',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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