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이름으로 동성애를 더럽다고 이야기하던 이들을 조롱하는 일러스트.
샤를리 에브도
<샤를리 에브도>는 누군가 신성시하는 것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을 분류하지 못했다. 필자는 무신론자다. 예수든 무함마드든 두 신성 대상이 발가벗고 성기를 노출하건 엉덩이를 드러내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내가 신성시하지 않는다고 해서 타인의 신성화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
허나 신성화의 이름을 빌려 반인륜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당사자들이나 사건 자체를 비판과 풍자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있다. 그러니까 그 대상과 분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에 의한 반인륜적 행위는 조롱할 수 있지만...
나는 UFO를 칭송하고 신성시할 수도 있다. 침대 머리맡에 세워둔 레고 블록을 신성시할 수도 있고 심지어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우주에 떠다닐 것 같은 스파게티 괴물을 신성시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사회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또한 개인의 가치관이거나 단순한 취향일 수도 있다.
내가 신성시하고 아끼는 것을 누군가 가차 없이 비난하고 조롱한다 생각하면 무함마드 풍자를 봤을 때 분노하던 무슬림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신성시 한다고 해서 부정적 사건을 저질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스파게티 괴물 법전에 '스파게티를 먹지 않는 자, 처단하라'라는 계명이 써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반인륜적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스파게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처단하는 극단주의자가 등장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스파게티 괴물은 칭송하지만 누군가를 처단하는 것을 반대하는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문화의 존중이다.
제3자의 입장, 즉 스파게티 종교 테두리 밖에서 그것을 비판과 풍자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면 필자는 스파게티 괴물을 건드리지 않고 사건을 일으킨 대상과 사건 자체를 풍자했을 것이다. 허나 <샤를리 에브도>는 '신성시하면서 반인류적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대상들의 문화'까지 침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