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씨가 오르골을 돌린다. 맑은 소리를 내는 오르골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생전에 나눈 대화가 적인 영어 문장이 하나하나 짚어 준다.
이희훈
이상현씨가 오르골 앞에 섰다. 손잡이를 돌리자 오르골이 맑은 소리를 내고, 빼곡히 적힌 영어 문장들이 적힌 종이가 한 문장 한 문장 넘어간다.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하는 ' '여기, 사람이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시청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다(20~25일까지 전시). 권준호 작가가 다가와 "여기 적힌 내용은 상현씨가 아버지 생전에 나눈 대화로 만든 작품이다"라고 말한다. 이씨의 표정이 굳어지고 글자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본다.
이씨의 아버지는 6년 전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를 반대하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그날을 추모하며 열린 전시회에서 이씨는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마주했다.
아버지에 대해 묻자 "많이 생각나요"라며 짧게 답했다. 그렇게 아버지를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