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도 병풍바위.바람에 침식되고 풍화된 해안선이 가히 절경이다.
이주빈
이른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다. 엊저녁 막배로 들어온 탓에 어두워서 병풍바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해안선 절벽이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고 풍화된 모양이 가히 절경이어서 신선이 놀다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바위 이름을 따 섬 이름을 병풍도라 지었겠는가.
마을안길을 돌아 찾아간 병풍바위의 태반은 볼 수 없었다. 밀물 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월과 바람, 파도가 일군 침식과 풍화의 흔적은 쉽게 볼 수 있었다. 떡시루 판을 얹은 것처럼 바위는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었고,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은 편절처럼 얇았다.
누적되고 분절되어진 바위와 그 조각들 속에 바람이 어루만진 위로의 기억과 매번 선을 긋고 달리던 별리(別離)의 세월이 쌓여 있다. 오늘 무심코 흘려보낸 한숨조차 바위의 한 층을 이루다 어떤 날 그렇고 그런 여러 기억의 편린들처럼 분절되어 갯가를 뒹굴 것이다.
그나마 살아있는 동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세월 많이 흘러 바위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날엔 이조차 기억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생은 늘 쓸쓸하고 아프다.
병풍바위를 둘러보고 나와 신추도로 향했다. 병풍도와 신추도는 노둣길로 하루에 두 번 연결된다. 썰물 때가 되면 하루에 두 번 길이 210m의 노둣길이 열린다. 길이 열리면 오로지 한 사람만이 신추도로 들어간다. 신추도에서 염전을 하는 박두월(63)씨다.
염전 일을 한지 37년째... 1월부터 3월말까지는 염전 준비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