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휴게소 토끼나라에 있는 토끼들토끼들은 동그란 똥을 누는데 그다지 냄새가 나지 않고 오줌은 한장소에서만 눈다.
김도형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학원강의실의 벽지를 찢어내기도 하고, 내가 손수 만들어 강의실 복도에 둔 나무 벤치를 갉아먹는 수지와 수진이었다. 소파의 밑부분은 이미 구멍이 나 너덜너덜한 지경에 이르렀다.
토끼는 번식력이 왕성한 동물이다. 그런데 수지와 수진이의 동거생활이 몇 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수지와 수진이 둘 중에 하나가 어딘가 이상이 있지나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명절을 쉬고 되돌아 온 어느날, 학원 강의실 복도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보니 복도 한 모퉁이에서 뭔가 조그만 물체가 만화 <톰과 제리> 속 제리처럼 쏜살같이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수지와 수진이는 내 다리 밑에서 놀고 있었기에 난 별달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똑같은 복도 모퉁이에서 흰솜뭉치 같은 것이 굴러다니듯 지나치는 것을 보았고, 순간 새끼가 아닐까 생각들어 쫓아가 보니 역시나 복도 모퉁에 구석에 있는 구멍난 소파 속에 새끼 토끼들이 바글거렸다. 6마리 정도였다.
신기했고 놀라웠다. 태어난 지 이주일은 된 듯했다. 주먹만한 크기의 토끼들이 그동안 밤늦게 사람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돌아 다녔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앙증맞고 귀여웠다. 일순간에 토끼 군단이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새끼를 낳은 수지를 난 이때부터 '수지여사'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럭 자랐고, 학원은 토끼천국이 되어갔다. 매일 매일 토끼들이 배설한 똥과 오줌과의 전쟁이었고 토끼떼들은 학원의 벽지를 시도때도 없이 갉아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갔다. 토끼들은 앞니가 계속 자라 이를 갈아야만 하는 동물이다.
자녀의 교육문의를 위해 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은 토끼냄새와 너덜해진 학원의 모습에 실망해서인지 상담을 받곤 그냥 가버리기 일쑤였다. 토끼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어 어떤 학부모는 제발 좀 토끼를 치워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동물과 함께 어울리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를 바랐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더없이 좋은 것이 동물을 키우는 거라고 늘 마음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토끼를 키우다보면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 토끼가 새끼도 낳게 되고 때가 되면 죽는 것도 보게 된다.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며 먹이를 주어 기르는 모든 과정을 겪다보면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을 겪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도 배우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