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살자> 책 표지
레드우드
- 초기에는 트위터에 대해 부정적이셨어요. 또 흔적 남기는 걸 싫어하시잖아요. 그런데도 트위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굳이 자기의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노력하는 것에 부정적이에요.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은듯해요. '위학일익 위도일손'이라고 깨달음의 구도과정은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에게도 '글에서 말로, 말에서 침묵으로, 침묵에서 삶으로'라는 말을 써주곤 해요. 그런 점에서 출판 기념회를 한 번도 안했어요. 이번은 '따뜻하게 만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어요. 18일 오후 2시 광화문교보 배움홀이에요.
세상이 바뀌고 기자들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는데 취향에 안 맞는다고 SNS를 외면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끄러움을 벗어나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은 제 가치관에는 상충하는 것이었죠. 회사 후배들이 왜 안하냐고 압력을 넣었어요. 후배들한테 늘 야단 맞으면서도 고민이 길었어요.
그런데 가장 친한 후배가 저를 종용했고 회사에 갓 들어온 막내가 '아버지와 저에게 트윗을 가르쳐주는 것이 버킷리스트'라고 우기는 통에 결국 배웠어요. 배웠으니 써먹어야 했고 가까운 몇몇 사람의 글들을 지켜보면서 그 사람들이 필요할 때 한마디씩 해준 것이 멘토링의 시작이었어요. 또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멘티로 삼아 멘토들에게 맡기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멘티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올리기도 했어요."
- 트위터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트윗을 하면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고 기자로서 많은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확실히 호흡이 거칠어져요. 사람들 반응이 그때그때 즉자적으로 이뤄지고 격하기도 해서 오래 접하면 그리 되는 걸 느껴요. 그런 것을 컨트롤하면서 트위터에 올리는 글들이나 글 올리는 과정이 내게 도움 되도록 노력해요. 다른 분들도 가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트위터에 함몰되거나 호흡이 흐트러지거나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에요."
"기자들, 출입처에서 나와야 한다"- 내용 중에 '저널리스트들 기도하라'고 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기자들의 일터인 저널리즘을 둘러싼 환경들이 너무 어려워요. 신자유주의는 너무 거세고 권력은 너무 답답하고 시대는 자꾸 뒷걸음질만 치죠. 이런 걸 움직이는 힘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않으려고 하지 않아요. 한쪽에서는 너무 억울하고 한이 맺혀서 치열하고 격렬해져요. 기자로서 사명을 다하고 균형을 잡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꾸준히 행해져야지 안 그러면 어려워요. 그래서 수시로 기도해야 해요. 물론 이 기도는 종교적 행태로만은 아닙니다.
이게 올바른 것인지 이 길로 계속 가면 되는 것인지를 스스로 되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걸 목표로 하는 행동이 기도죠. 그런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스스로 타협하거나 욕망이 변질돼 물들게 돼요. 저널리즘이 개혁되려면 어찌됐건 현장의 기자가 먼저 각성하고 제대로 된 기사를 써내는 것이 시작입니다. 데스크의 간부가 비뚤어진 기자 대신 좋은 기사를 쓸 리는 없잖아요. 개혁과 쇄신의 바탕은 기자의 기사다운 기사예요. 그러니 기자들이 자신의 올바름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 요즘 방송기자의 삶을 다룬 <피노키오>가 많은 사랑을 받아요. 거기서 '보고 싶은 뉴스'와 '봐야 할 뉴스'에 대한 고민이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니즈(need)와 원트(want), 즉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문제를 이야기한 듯해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필요한 뉴스를 보고 싶어 찾도록 만드는 것이 언론의 책무예요. 시대와 사회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면 안 돼요. 감각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뉴스만 전한다면 눈을 가리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진실된 소식을 전달받고 싶어하는 욕구도 강해요. 원하는 뉴스가 이것일 수도 있는데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누는 건 위험해요.
다만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할 필요한 뉴스가 경직되었다면 더 쉽고 분명하게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해요. 사람들이 '저 뉴스를 안 보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가 될 거예요. 감각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얄팍한 것에서 무거워도 봐야 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옮겨 놓는 작업 자체가 기자와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방책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둘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갈라놓고 '필요한 걸 보여줄까, 보고 싶은 걸 보여줄까?'를 생각하면 이분법이란 프레임에 빠지는 거죠."
- 기자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어떻게 보세요? "<피노키오>와 <힐러> 다 봐요. 오버하거나 현실과 어긋나는 것도 있지만 기자들의 아픈 모습이 많이 담겨 있고 부인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흔히 '기레기'라고 하는 기자들의 속성 또는 언론사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의 집착, 그리고 권력이나 금욕과 언론이 자꾸 유착되어 가는 과정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반성하며 보죠. 드라마에서는 기적 같은 해법이 등장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극적인 해결책이 없어 고민이에요. 일선 기자들이 싸워야 하고 언론노조나 기자협회, PD협회 같은 직능단체들이 밖에 있는 시민세력과 함께 해서 시민의 언론, 언론의 소비자 주권을 되찾아야 해요."
-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언론의 민낯이 드러나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잖아요. 변기자께서는 벌써 30년 기자생활을 하셔서 '기레기'라는 단어를 들을 때 착찹하셨을 것 같아요. "'기레기'라는 말에 대해 변명할 수는 없겠죠. 다만 문제는 '기레기'라는 비난 속에서 실의에 빠졌거나 허탈해 하는 젊은 기자들을 어떻게 끌어 올릴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해요. 그런 고민 없이 '기레기'라는 비난만 가중되어 전해지니까 기자들이 낙담해 기운을 더 잃는 듯해요. 앞으로는 기레기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기레기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떤 것이 갖춰져야 하고 밖에서는 어떤 도움이 있어야 되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장들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 같아요."
-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들을 정해진 공간에 가두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먼저는 소속 언론사인데 언론사에만 가둬둘 게 아니라 기자협회나 언론재단 등이 주관해 다수 언론사 기자들이 모이는 한마당이 마련돼야 해요. 더 나은 언론을 생각하는 모임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거의 없죠.
두 번째는 출입처 기자실이나 브리핑룸에서 나와야죠. 전문가를 만나건 사안에 해당하는 주인공을 만나건 여론을 듣기 위해 시민을 만나러 가건 해야지 브리핑룸에만 앉아 받아쓰면 안 돼요. 국회 출입기자가 천 명이 넘는다는데 국회와 정당 기사가 차별화된 게 몇 건이나 되겠어요?"
- 지난해 10월부터 <스타까토>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하시는데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방송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CBS가 팟캐스트에서 정통시사토크를 하기는 처음입니다. 일찍 했어야 하는데 많이 생겨서 후발주자가 되었죠.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와 호흡은 잘 맞아요. 하지만 둘만 계속하는 건 다양성도 없고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초대 손님을 모시기 시작했어요.
CBS 기자들이 아직 뉴미디어에 활발히 참여하지 않아 기자들부터 출연 시키고 있고 이제 외부 전문가도 모시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사평론가들, 그리고 명망있는 분들도 초대를 해서 까칠하면서도 깊이 있고 지루하지 않은 토크 프로그램을 만드려고 해요. 확실히 지상파가 아니어서 자유로워서 가끔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아요."
- 새해인데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대한민국 최초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대안언론이 <오마이뉴스>이죠, 아직 대안 언론이 뿌리를 제대로 내렸다 하기는 힘들기에 <오마이뉴스>가 중심축으로서 든든한 대안언론의 좌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를 이끌어가는 독자들과 청취자들, 편집진에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대단히 고마워요. 힘을 내서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버티고 또 밀고 나가 보자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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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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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기레기' 인정하자... 출입처에선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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