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맛 때문일까. 벌과 노린재가 자주 찾아온다(윗쪽) 역병에 걸리면 줄기가 썩고 쓰러진다. 잎에 하얗게 곰팡이가 핀 흰가루병(아래)
오창균
참깨는 토종에서 개량종까지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토종참깨는 수확량은 적지만 병충해에 강한 특징이 있는데, 토양과 기후에 오래도록 적응했기 때문이다. 다수확 품종인 개량종은 토종에 비해서 병충해에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특히, 장마철에는 습한 기후에 역병의 전염성이 높고, 잎에 하얗게 내려앉은 흰가루병이 잘 생긴다. 장마철에 흰가루병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광합성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담배나방 애벌레가 줄기 속을 갉아먹으면 어느 순간에 쓰러지기도 하고, 생장줄기를 똑 끊어놓기도 한다. 노린재는 줄기와 꼬투리에 침을 꽂아 양분을 뺏어가서 생육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참깨밭에서는 천적인 익충들의 먹이사냥도 계속되어 피해라고 할 만한 경우는 없었다. 일부러 노린재를 잡아내지는 않았다. 식욕이 왕성한 애벌레는 눈에 보이면 멀리 풀밭으로 던져주는 정도에서 개체 수 조절을 했다.
키가 큰 작물들은 강한 바람이나 태풍이 불어오면 도복(작물이 쓰러짐)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참깨는 강한 비바람에 꽃이 떨어지기도 하고 뿌리가 들릴 만큼 쓰러지는 피해도 잘 발생하는 작물이다. 그래서 고추처럼 줄을 띄워서 지지대에 고정을 해주기도 한다.
여름에 태풍(2014년 너구리)이 발생하여 농장에 매우 센 비바람이 불었다. 미처 줄을 묶어주지 못했는데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쯤 기울어졌다. 한 쪽으로 쏠린 무게로 뿌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질 수도 있어서 줄기를 줄로 잡아서 세워주고 지주대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근처의 다른 참깨밭은 쑥대밭이 될 정도로 쓰러져서 세워줄 엄두를 못 냈는지 그대로 방치를 했었다. 쓰러진 참깨는 생육장애를 겪어서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수확량도 떨어진다.
태풍에 완전히 쓰러지지 않고 견딘 이유를 생각해보니 두둑 중간에 골을 낸 후에 씨앗으로 파종을 했었고, 또 다른 두둑에는 모종으로 옮겨심기를 했었다. 참깨는 작고 얇아서 파종이 쉽지 않은 작물로 알려져 있다. 너무 깊게 넣어도 안 되고, 너무 얕아도 흙이 건조해져서 싹이 제대로 안 나온다. 파종방법은 씨앗을 서너 개 넣어서 싹이 잘 나온 것 하나만 남기고 솎아내면서 줄기가 조금 더 묻히도록 흙을 덮어주었다.
모종으로 옮겨 심은 것도 아래 줄기가 조금 더 묻히도록 흙을 덮어서 뿌리가 깊고 단단하게 박히도록 해줬다. 참깨가 쓰러지지 않게 하려면 헛골에 심어서 북주기를 하면 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실험삼아 해봤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 비교를 해보니 깊게 심어서 뿌리를 내린 참깨가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곁순도 제거하고, 성장 줄기 잘라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