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역 밖으로 기관차가 나와 차를 돌리고 있다.
박장식
정선선의 시발역인 민둥산역. 증산면의 대표적인 산인 민둥산 앞에 있다고 하여 지난 2009년 증산역에서 역명이 변경되었다. 정선선이 험난한 산길을 타고 올라갈 것임을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열차는 큰 U자를 꺾으며 정선으로 올라간다.
정선에서 민둥산까지 열차를 이용한 한 주민은 "버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간이 맞으면 기차를 타는 사람이 많았는데, 관광열차로 바뀌면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게 될 듯싶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선선의 연선 지역의 주 수요층이 경로할인을 받는 노인임을 고려한다면, A-train 운행 이후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선역 앞에는 'A-train의 개통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대조적으로 정선선의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얼마 전에 달아놓은 듯 종이는 빳빳했다.
정선선의 또다른 묘미는 '통표'에 있다. 이전에 철도에서는 열차의 구간 사이에 통표라는 표를 소지하게 해 이를 역에 도착할 때마다 놓고 새 표를 받아야 했다. 지금은 모두 자동제어장치 등으로 바뀌어 정선선에서만 통표를 주고받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정선역과 아우라지역 사이에서는 아날로그의 맛이 존재한다. 열차는 매우 느린 속도로 다음 역을 향해 달려간다. 정선선 꼬마열차에서 4년 동안 근무해 온 여객전무는 "여기서 4년동안 부정승차자를 한 명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감이 넘치는 철도였다. 사실 사람이 보통은 한 열차에 서너명 탈까 말까 하고, 심지어는 혼자 빈 열차 안에 있을 때도 있다"라며 출입문의 계기판을 애틋하게 쳐다보았다.
정선선의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의 원래 이름은 여량역이었다. 정선 아리랑의 효시가 된 아우라지를 기념하는 뜻에서 아우라지역으로 역명을 변경하게 되었다. 아우라지역에서는 여객전무가 호송원이 되어 기관차의 방향을 돌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