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후보 보광 스님, 논문 표절 의혹 제기

동국대 동문, 이사회 강행 소식에 전격 공개... 보광 스님 "총장 업무 수행과 무관"

등록 2015.01.13 15:54수정 2015.01.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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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총장 후보자인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동국대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이운영 위원장은 12일 서울 인사동 백상빌딩 동국대 총동창회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위원장은 "'코리아나 5인'의 교권유린을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승 스님에게 탄원서·호소문 등을 보냈다. 지난 5일 면담 신청도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며 "유일한 총장 후보자인 보광 스님의 논문 가운데 해외 발표 5편, 국내 발표 16편 등 모두 21편에서 표절 의혹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중복게재·자기표절 등 보광 스님 논문 관련 표절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육자·학자로서 윤리를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봐도 총장후보인 보광 스님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를 통해 입수된 자료가 많다. 확인은 전문가들이 분석해 달라"며 "표절 의혹이 있는 논문들이 교수 임용·승진 등 중요과정에서 반영됐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동국대 논문진실성검증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재수 박사 논문 5편 짜깁기해 1편 만들어"

이 위원장은 <보광 스님의 논문·서적 등 연구진실성 검증보고서>를 배포했다. "보고서 작성기관은 현재에도 논문 표절 작업이 확인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보광 스님이 <대각사상> 제13호(2010년 6월 발행)에 게재한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가 이재수 박사(전 전자불전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박사학위 논문 등 동일저자의 논문 5개와 70% 일치한다"고 했다.


보광 스님이 옮겼다는 이재수 박사의 논문 5편은 ▲ '유비쿼터스 시대의 불교문화콘텐츠 연구'(2007년 2월, 박사논문) ▲ '문화다양성시대 불교문화콘텐츠의 과제'(2007년 3월, 학술논문) ▲ '종교문화원형 활용 방향에 대한 연구'(2008년 12월, 연구보고서) ▲ '불교문화원형 활용 방향에 대한 연구'(2009년 8월, 학술논문) ▲ '원효대사 다장르 스토리뱅크의 기획과 제작'(2009년 12월, 보광 스님과 이재수 공저 학술논문)이다.

이 위원장은 "보광 스님은 이재수 박사의 논문 5개를 '텍스트 표절'과 '재인용표절' 기법을 활용한 짜깁기로 논문 1편을 채웠다"고 했다.


후학의 논문 표절 드문 일... 대필 의혹 제기

보고서는 대필 의혹도 제기했다. 후학이 선학의 논문을 표절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선학이 후학의 논문을 표절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선학이 후학의 논문 전체를 통째로 자기 것으로 완전히 도용하거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있어도, 일부러 수고를 해서 특정 후학의 논문을 집중 표절을 해서 논문을 쓴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재수 박사가 보광 스님보다 인터넷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보광 스님의 편의를 봐줬을 수 있다. 보광 스님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이었고, 이재수 박사는 전임연구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수 박사의) 대필을 확증할 수는 없지만 표절이 분명한 상황에서 대필 이외에 다른 설명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보고서는 '보광 스님의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 외 10편의 논문에 대해 보광 스님이 자기표절과 발췌형 중복게재, 중복출판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조계종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해야"

이운영 위원장은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 '코리아나 5인'의 즉각적인 사과 ▲ 민주적·자주적 총장 선임 절차 실시 ▲ 교권침해 행위 재발 방지 서면 약속 ▲ 이사회 이사진 재구성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동국대 논문진실성검증심사위원회는 그동안 수집된 다량의 구체적인 내용의 총장 후보 스님의 논문표절 의혹을 철저히 검증해 진위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선 지난주 특급우편을 통해 동국대 이사들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보광 스님 논문 표절 의혹' 자료를 발송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이사스님들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자료를 받아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총장후보 관련 의혹은 모교인 동국대 위상과 관련된 일이니 공개에 신중을 기하겠다. 자승 스님 측 반응이 올 때까지 월요일 오전까지만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재수 박사 "대필 아니다. 한 적 없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재수 박사는 "대필이 아니다. 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인터넷 관련해 내가 선행 연구한 것을 스님이 인용한 것으로 안다. 문제된 스님의 논문에 내 글이 인용문으로 들어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불교닷컴> 확인 결과, 문제의 논문 참고문헌에 이재수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은 참고문헌으로 기재돼 있었다. 보고서가 밝힌 나머지 4편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동국대 관계자는 "지난 6~7일께 이운영 동문의 보광 스님 표절 의혹 관련 민원을 접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당장 조사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규정에는 실명 제보는 1개월 이내 논문진실성검증심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보광 스님 "총장 업무 수행과 무관"

보광 스님은 "그동안 대외협력처장 등 여러 보직을 수행하면서도 열심히 논문을 썼다. 많은 논문(150여 편)을 쓰다 보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잘못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문제의 논문이 게재된 <대각사상>은 2010년 당시 학진 등재지 후보였고, 급하게 발표해 가볍게 게재됐다는 설명도 했다. 스님은 "변명하고 싶지 않다. 최근 서울대 총장 등도 논문표절 언급됐던데"라며 "총장업무 수행과 논문표절 의혹이 상관은 없지 않느냐. 표절 의혹 부분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서울대는 '자기표절' 속 당선, 고려대 등은 중도사퇴

서울대는 지난 2014년 8월 성낙인 교수가 총장 선거전 당시 '자기표절'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총장으로 당선됐다. 이에 앞서 오연천 교수도 총장 선거전 '자기표절' 파문 속에 논문철회 조치까지 있었지만 총장에 당선됐고 임기도 무사히 마쳤다.

반면에 고려대 이필상 전 총장은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8편이 '표절 또는 중복 게재'에 해당한다는 고려대 진상조사위원회 발표가 나오면서 취임 후 2달을 못 넘기고 2007년 2월 물러났다.

이에 앞선 참여정부 시절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시절 제자의 학위논문을 표절하고 교육부의 BK21사업을 수행하면서 동일 논문을 2개의 연구 실적으로 보고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부총리는 본인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취임 13일 만인 2006년 8월 사임했다.
#조계종 #동국대 #논문 표절 #보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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