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혈서 이야기가 실린 1939년 3월 13일자 <만주신문>
조세열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발굴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맹세 혈서를 두고 조작설을 유포한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아래 일베)' 회원이 연구소에 사과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3일 "일베 회원 A씨가 허위사실 유포를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회원은 그동안 일베 등에 반복적으로 '박정희 혈서는 조작됐다'는 주장을 퍼뜨려 지난해 민족문제연구소로부터 고소당했다. 연구소는 이때 강용석 전 의원과 정미홍 전 아나운서 등에게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박정희 혈서'는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에 실린 내용이다. 이 신문은 당시 일제 괴뢰국이었던 만주국의 군관으로 지원한 "경상북도 문경 공립소학교 훈도(교사) 박정희(23)군의 피로 쓴 편지가 송부돼 관계자를 감격시켰다"며 그의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혈서에서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一死奉公 한 번 죽음으로 황제에게 충성)을 위해 굳건히 결심합니다,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 사실을 확인한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11월 펴낸 <친일인명사전> 박정희 항목에 혈서 이야기를 포함했다.
그런데 A씨는 2012년 대선 즈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혈서는 조작이라는 글을 일베에 올렸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형사조정에 동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연구소로 보낸 사과문에서 그는 "구글 검색 결과 '박정희 혈서는 조작'이라는 개인 블로그를 보고 진위도 확인 안 한 채 일베에 글을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민족문제연구소의 연구 성과와 노력을 폄하하고 조작이라 주장한 점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A씨가 깊이 반성하고 일베 탈퇴 등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민족문제연구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강 전 의원과 정 전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음은 A씨의 사과문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