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아비규환11일 오후 3시 23분. 이날 세종대로 사거리를 건너는데만 3시간을 넘겼다.
이승훈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6일의 오체투지 행진 중에 지난 11일과 12일 이틀간 그들의 행진을 따라갔다.
나는 11일 오전 10시경 서울 대한문에 도착했다. 본래는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4일 연속 한파 속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해서일까. 1시간 정도 늦어진 오전 11시경에야 행진 북소리가 울렸다. 두 줄로 흰 의복을 입고 세 걸음씩 떨어진 행렬. 선두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김득중씨가, 그 뒤로 쌍용자동차 해고 동지들, 기륭전자, 콜트-콜텍,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함께 했다.
오체투지,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절박한 기도삼보일배의 행렬은 아주 느릿느릿, 그렇지만 매우 묵직하고 정중하게 한 칸씩 전진해 갔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만나서도, 경찰의 저지를 만나서도, 오체투지 행진은 다음 날 오후까지 계속되었다.
이날 본래 목적은 오후 2시까지 청운동사무소에 다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한문 앞 횡단보도에서 경찰로부터 1차 저지를 당했다. 광화문 세종로 4거리에서 2차 저지를 당했고 정부종합청사 앞 세종로공원 앞에서 3차 저지를 당하며, 결국 그 앞에서 땅에 온 몸과 이마를 붙인 채 행진은 멈추었다. 하지만 오체투지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쌍용차 지부장 김득중씨는 "버텨온 시간이 벌써 5년이 지났다. 이대로 그냥 돌아간다면, 고인이 된 이들에게도, 굴뚝 노동자들에게도 면목이 없다. 너무나 절박해 굴뚝에 올라선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안겨주기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