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 정류장에 정차한 8012번 2층 버스
한우진
작년 말 수도권 교통 최대의 화젯거리는 경기도의 2층 버스 시범 운행이었다. 12월 3주간 수원, 김포, 남양주를 달리며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을 실어 날랐으며, 부족한 교통망으로 고민하는 인천 청라에 찾아가 교통난 해소방안을 모색해보기도 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SNS와 뉴스 댓글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항상 이용은 하지만 정작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던 버스에 대해 오래간만에 이야기꽃이 피었다.
하지만 2층 버스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발전을 위해 더 나아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들이다.
효율성 2층 버스가 우리에게 상기시킨 첫 번째는 바로 효율성이다. 1920년 일제강점기에 국내 최초의 버스 운행이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면서도 버스 수송의 기본 규모는 지금까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물론 경유대신 CNG(압축천연가스)를 쓰고, 안내양이 사라진 대신 교통카드가 등장했고, 차고가 낮은 저상버스와 고급좌석으로 장거리를 운행하는 광역버스가 나타났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사 1인당 수송하는 승객수와 버스 1대가 차지하는 면적은 큰 변화가 없다.
이러다 보니 버스는 낮은 수송력의 대명사로 불린다. 수송력이 낮아 차내 혼잡과 입석 운행 문제가 불거져도 이를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차량과 기사를 늘리는 것도 모두 비용이고, 차량이 많아지면 공영차고지와 CNG충전소도 늘어야 하는데 주민들 반대가 심해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버스는 승객 수송에 있어서 공간 효율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모두 낮은 상태에 머물러 발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층 버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발상을 제시한다. 바로 옆으로 늘릴 수 없다면 위로 늘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해결책을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아파트다. 우리나라에 인구가 늘면서 단독주택만으로 주택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등장한 게 아파트다. 주택을 층층이 쌓아올리면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택가격에 포함된 토지비용이 줄어든다. 가용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다운 해결법이다.
2층 버스도 마찬가지다. 귀중한 도로를 아끼면서 수송력을 높일 수 있다. 도로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특히 중앙버스 전용차로는 더하다. 우리는 중앙버스 전용차로에 과도한 버스가 들어갔을 때, 버스들이 옴짝달싹을 못하는 일명 '버스기차'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정류장 앞 도로도 비싼 도로다. 정류장에 버스가 너무 많이 몰리면 승객은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고 버스는 지연이 심해진다. 버스가 도로를 적게 차지하는 것은 교통흐름 개선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토지가 극단적으로 부족한 홍콩에 2층 버스가 일반화되어 있는 이유를 새겨보아야 한다.
아울러 2층 버스는 기사 1인당 더 많은 승객을 나를 수 있다. 운전기사 업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2층 버스가 2배의 승객을 나르지만 연비가 절반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낮은 효율 때문에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고 버스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효율이 높은 2층 버스는 분명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