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팔십 노구이지만 팔팔한 젊은이 못지않게 충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최오균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박사(80,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인생의 사계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띄우는 56통의 편지를 담은 책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팔십 세의 노구로 자신이 구분한 인생의 사계절 중 겨울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들면 팔팔한 젊은이 못지않게 충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는 항상 오늘을 가장 젊은 날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삶의 조언을 담은 56통의 편지를 띄우고 있다. 이는 저자가 30년 넘게 네팔을 드나들며 오래전부터 힌두교에서 100세를 4등분하여 삶을 조명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그대에게 -"시간은 돈처럼 모을 수 없다"저자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와 사회에서 학습을 받는 25세까지를 인생의 봄으로 본다. 저자는 첫 번째 편지에서 "왜 남과 비교합니까? 당신은 이미 유일한 존재입니다"라고 시작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한 친구가 자기 집이 가장 부자라고 자랑을 하자, 친구들의 부추김에 그 친구와 누가 더 부자인지 겨루게 된 사례를 전해준다.
어린 친구들은 각자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누가 더 길게 이어가는가 라는 규칙을 정하고 누가 더 부자인가를 겨룬다. 그 때 저자의 집은 국수공장을 했는데, 저자가 국수가닥을 끝없이 이어가니, 그 부잣집 친구가 아무리 값진 것을 들고 나와도 국수가닥보다 길게 늘어놓을 수 없게 되자 두 손을 들고 말았다고 한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비교란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저자는 또 인생의 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시간은 돈처럼 모을 수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막연하게 꿈을 찾지 말고 꿈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순간순간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현재의 삶을 알차게 보낼 것을 권유한다.
또 저자는 '일등이 아니면 더 재미있습니다'고 설파한다. 초등학교 때 일등을 하던 친구를 따라잡으려고 용을 썼지만 결국 그를 한 번도 따라잡지 못하자 '일등이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정해준 사람만이 할 수 있구나!'라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 첫 학기 성적표를 받아보고 반에서 1/60이란 성적표를 받고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내내 무거운 짐을 안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일등을 지켜내지 못한 나로서는 공부가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일등은 고사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성적이 바닥을 헤매기도 했습니다.……중략…… 대학에 진학했고 또다시 즐겁지 않은 공부가 계속되었습니다. 의과대학 6년을 공부하면서 느낀 내 체감 성적은 늘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습니다(책 55페이지에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고백한 저자는 진짜 공부다운 공부를 교수가 되면서 새롭게 시작을 했다고 말한다. 후학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니 가르칠 만큼 스스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수가 되어서는 누구와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능력을 배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의 묘미를 터득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한다.
역할을 감내하며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평소에 원하는 것을 야금야금 준비하라"인생의 두 번째 단계는 학습하고 익힌 습관대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살며 홀로 서기를 하는 50세까지의 삶이다. 저자는 이를 여름의 시기라고 설정을 한다.
인생의 여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길모퉁이마다 기회가 숨어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준비를 하라고 권하며, 기다리고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평소에 원하는 것을 야금야금 즐겁게 준비를 하라고 충고한다.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는 하루아침에 벼락치기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또 저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한 사람의 아버지는 열 명의 자식까지 기를 수 있으나, 열 명의 자식은 한 사람의 아버지도 보살피지 못한다'는 이스라엘 속담을 예로 들며, 자녀란 귀엽고 소중하지만 키우려면 보통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녀는 어려서 보살펴야 할 때는 '확실한 걱정거리'지만, 성장하여 성년이 되어서도 '불확실한 위로'라고 꼬집는다.
그런가 하면 자녀를 대하는 부모 유형을 첫째, 부모 자신의 삶을 자녀의 삶속에서 구하려는 부모, 둘째, 외형상으로는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지만 조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 세 번째는 자식을 나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부모로 분류를 한다.
부모가 갖는 가장 이상적인 자녀관은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실정에서 부모와 자녀와의 끈을 잘라내기에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므로 이를 단계적으로 30%씩 버리라고 권한다.
"먼저 자녀가 사춘기에 이르러 자기주장을 시작하면 최소 30%수준까지는 그 주장을 존중해 줍시다. 두 번째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거나 직장에 진출하는 시기에 30%를 더 존중해 줍시다. 세 번째로, 예식장에서 한 가정을 이룰 시점에 마지막 선물로 30%를 넘겨줍니다.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모두 90%의 주체적 자율권을 줍시다. 그래도 부모로서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10%의 끈이 남았습니다. 10%라는 가느다란 끈은 자녀를 조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서로를 연결하기에는 충분합니다(책 147페이지에서)." 저자는 부모가 자식을 조종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한다. 자녀의 삶은 결코 부모의 삶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자식들에게 하게 되어 있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자신의 분신인 자식에게 되풀이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나이든 부모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고 긍정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식이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살아있을 날이 별로 많지 않은 부모에게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며, 하나의 존재로서 부모가 하는 말을 또 다른 존재인 자식이 들어주고 인정해준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행복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온전한 나를 찾고자 하는 그대에게-"아내의 비난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