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천민자본주의가 강화되는 불의한 세상을 향해 일침을 날리는 일을 주저않는 '영남 좌파' '강남 좌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법대 연구실에 있는 그를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만났다. '10만인클럽' 회원 가입서를 받아 든 조국 교수는 해맑게 웃었다.
남소연
시를 읽고 드라마도 본다는 그가 마냥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다. 자신을 7평의 방 안에 가둔 것에서도 문인의 원칙주의적인 완고함과 무인의 절도가 묻어났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절제의 형법학>을 펴냈다. 사형제, 국가보안법, 군인간 합의동성애, 존속살해죄, 간통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다뤘다. '수구 인사'들로부터 '종북 좌빨'이라고 몰매를 맞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학자적 발언에도 용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 반응도 뜨겁나? "(<절제의 형법학>은) 대중서가 아닌 법학서다. 그럼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법률가 집단에서 많이 회자된다. 한 판사는 법원 통신망에 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고 한다.(웃음) 대중도 볼 수 있는데 주 독자층은 법률가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봐서 형법 과잉상태를 바꿨으면 한다."
-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형법 과잉상태에 빠졌나? "권위주의 정권 때부터다. 시민들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형법으로 제약했다. 민주화가 된 뒤에도 그대로다. OECD 국가에서는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게 범죄 목록에 들어갔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들은 6-4 또는 7-3으로 헌재 결정에 찬성했는데, 8-1로 해산이 결정됐다.
재판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관용의 정신을 압도했다. 즉 '저 사람의 사상이 싫다'는 판단이 헌재 결정으로 이어졌다. 다수파가 소수파를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형법 등을 동원해 처벌하고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한다. 정치적 보수주의와 도덕적 보수주의가 결합해 형벌권을 남용하고 있다."
- 600여 쪽의 두꺼운 책을 내면서 이 사회에 쏘아올리고 싶었던 화두는?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는 중벌주의, 엄벌주의가 만연돼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범죄라고 규정돼 있는 행위의 실질을 봐야 한다. 범죄가 아니어야 마땅한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많다. 간통이나 군인간 합의동성애 같은 시민의 사생활, 교사의 정치활동 등 표현의 자유 등은 범죄로 규정되면 안 된다. 범죄가 아니어야 할 행위가 범죄로 규정돼 시민의 자유와 행복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 <개입의 형법학> 집필에 들어갔는데, 어떤 내용을 담나?"(한국은) 경제범을 너무 가볍게 처벌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형량이 가볍고 가석방을 통해 쉽게 풀려난다. 또 외국의 경우 살인죄, 강도죄, 강간죄 등 중범죄의 공소시효는 매우 긴데, 우리는 반밖에 안 된다.
공소시효를 만들 당시 평균 수명이 짧았다. 지금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엄청 늘어났는데 형량은 그대로다. 전문가가 아니면 이런 영역에 관심이 없다. 한편 재벌은 3~4세 후계체계를 구축하는데, 내부 비리와 범죄가 저질러졌을 때에는 통제 방안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각종 부당이득이 많은 데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 경제범도 그렇지만, 최근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조사 결과는 '박근혜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고서 작성자의 자작극'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내용도 <개입의 형법학>에서 다룰만한 주제인가?"그렇다. 사실 정윤회 문건은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 명백하게 상호이해가 충돌하기에 상설특검법의 취지에도 맞다. 검찰 총장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인데, 검찰이 청와대의 속살을 파헤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십상시'를 공개적으로 엄호하는데 검찰이 전면수사를 할 수 없다. 검찰이 '십상시'를 친다면 다음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검찰의 자질 문제 이전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는 오늘도 7평 공간에서 <절제의 형법학>을 펴내고 <개입의 형법학>을 쓰면서 스스로를 절제하고, 한편으로는 세상에 적극 참여하면서 개입하고 있다. 때로는 시인과 산책하기도 하고, 깊고 길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7평 공간은 한없이 팽창하고 축소하는 그의 소우주였다.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다음 인터뷰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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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가 장그래 아니면 개... 한국은 비정상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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