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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6개월 사이 반토막이 났다는 기사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 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Opinet)이 공시한 원유 가격을 보더라도 6개월 동안 절반 가까이 폭락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국제 유가가 폭등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900원을 넘어가던(2008년 7월 3일 브렌트유 962.1원) 2008년 7월에 비교하면 1/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등 판매 유가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지난 6개월 동안 국제 원유 가격은 50%p 이상 폭락한 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 자동차용 경유 하락폭은 15%∼17%p 수준에 그쳤다.
국내 기름값 하락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유류세 영향이 가장 크다. 2014년 12월 넷째 주(2014.12.29~2015.1.3) 정유사 보통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416.51원, 이중 61.7%인 874.66원이 세금이다. 수입 원가가 포함된 세전 가격은 541.38원으로 판매가격에 38.2%에 지나지 않는다.
유류세 중 교통에너지환경세(529.00원) 교육세(79.35원) 주행세(137.54원)는 국제 유가의 변동과 상관없이 보통휘발유 1리터를 판매할 때마다 항상 따르는 세금이다. 리터당 800∼900원의 고정 유류세금은 국제 유가의 하락 국면에서 국내 기름값의 하락을 막고, 국제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국내 기름값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류세가 현 상태로 유지되는 한 국제 유가 폭락이 국내 기름값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기름값에 영향을 받는 물가나 공공요금이 국민들의 기대만큼 내려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공공요금과 물가지금의 공공요금과 물가 수준은 고환율과 고유가가 서민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던 MB정권에서 굳어진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멈춰 있는 물가를 두고 '저물가가 디플레이션을 불러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반토막이 나고, 천정부지의 고환율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다면 그 차이만큼은 공공요금과 물가에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제 유가 하락은 호재이고, 유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크지 않다."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이다. 국제 유가 하락은 공급의 과잉에서 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유가 하락이 제품 가격으로 연결될 수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국제 유가의 하락을 공공요금이나 물가 하락으로 이끌지 못하면, 기업과 공공 기관만 저유가의 수혜자가 될 것이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고물가에 시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