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게 된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이희훈
종북몰이는 '폭발물 테러'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전북 익산의 한 성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 고등학생이 신씨를 향해 인화물질을 던졌다. 그 학생은 폭발물을 던지기 전 신씨에게 종편의 주장처럼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했다.
이 일로 참석자 2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를 물고 늘어진 경찰마저도 수사과정에서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발언은 없었다"고 인정했다.하지도 않은 발언을 지어낸 종편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이후 신씨는 소환 조사 외에는 외출을 삼갔다. 자신을 알아보는 시선이 불편해졌다.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택시를 타도 기사가 알은 체를 하며 "김일성 찬양한 사람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또 다른 사람은 넌지시 "우리나라 문제예요. 종북이 이 나라 뒤집어놓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비슷한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낯선 누군가가 옆으로 오면 내게 황산이라도 뿌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는 기침이 심해져서 한의원에 갔더니 화병이라고 하더라고요. 감기가 화병하고 섞여서 고질병처럼 속에 꽉 찼대요. 고질병을 고치는 침도 맞았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폭발물 사건 있고 일주일 정도는 일어나질 못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비이성적인 마녀사냥에 정부도 적극 거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신씨의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 도서에서 취소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였다. 출간된 지 2년이 넘었고 우수문학도서로 뽑힌 지도 1년이 훌쩍 넘은 책이다. 앞서 통일부는 신씨가 출연한 통일부 'UniTV'의 동영상을 이념적 편향성이 있다며 삭제했다. 신씨는 정부의 조치가 "유치하다"고 말했다.
"경제대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게 한마디로 우스웠어요. 개개인은 선진국 시민인데, 나라를 이끌어가는 분들이 왜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지 궁금해요. 나 같은 아줌마가 보기에도 이런 조치는 유치하고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요."면담 요구했지만 묵묵부답..."박 대통령, 책 서문만이라도 읽어달라"신씨는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청와대는 무응답이었지만 신씨는 박 대통령의 답을 이미 얻었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이 신씨의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이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 과장했다"고 말했다. '종북몰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면담 요청에 답은 이미 왔다고 생각해요. 박 대통령이 '종북콘서트'를 하는 저와 면담할 수 없다고 여긴 것 같아요. 하지만 2002년 박 대통령이 방북한 뒤 하신 말씀을 보면 통일에 대한 방안이 저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제 책을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아요. 서문이라도 읽어보신다면, 제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박 대통령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아실 겁니다."마지막으로 그는 당분간 대한민국을 방문하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향후 최장 5년간 법무부에 의해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그의 변호인은 재입국 거부에 대해서 행정 소송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신씨는 "해외동포는 태아가 탯줄로 엄마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조국과 이어져 있다"며 "이렇게 강제출국을 당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을 사랑하겠다고 밝혔다.
"몸만 출국당하지 마음은 (조국으로부터) 출국 못 시켜요.(웃음) 해외동포가 됐든, 대한민국 동포가 됐든, 북한 동포가 됐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동포들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더욱 사랑하고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관련기사]통일 콘서트가 국보법 위반? "악의적인 종북몰이""재입국 거부? 집에서 쫓겨나는 듯 종편, 파리떼처럼 달려들어 마녀사냥"재미동포 신은미씨 "박근혜 대통령께 면담 요청""신은미씨, 놀라서 혼비백산했다"신은미가 '종북'? 도대체 무슨 근거로문체부, 신은미씨 책 우수문학 도서 선정 취소검찰 "신은미 강제출국, 황선 구속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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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책 서문만 읽어도 달랐을 것 친정에서 쫓겨나지만 기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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