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하자센터 텃밭에서 재배된 후쿠시마에서 건너온 목화
오창균
화학섬유는 석유에서 원료를 추출하여 만든다. 정점을 찍은 석유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오르는 '피크 오일'의 위기는, 값싼 화학섬유의 시대를 마감할 수 있다. 목화솜을 재배하여 천연섬유로 돌아가는 생활방식을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2011년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는 폐허가 된 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여 목화를 재배했다. 무너진 희망을 다시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목화농사는 방사능 검사를 거친 솜 인형과 면옷의 생산·판매로 이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쿠시마의 이와키 지역에서 재배한 목화씨앗은 2014년에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도 재배되었다. 일본의 토종인 차면(茶綿)종자로 꽃 색깔은 아이보리, 솜은 옅은 갈색이었다. 한국토종 목화와는 꽃과 목화솜의 색깔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 토종과 일본의 토종 목화는 같은 밭에서 재배됐고, 무사히 목화솜을 수확했다. 내년에도 목화농사는 계속될 것이다.
목화는 여전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유전자가 변형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종자다. 2002년, 몬산토 사의 해충저항성 GMO 목화의 재배를 허용한 인도에서는 잎과 줄기를 먹은 염소가 집단 괴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몬산토의 주장처럼 수확량이 많거나 해충저항성이 크지도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병해충이 발생하여 농사를 망치거나 해마다 돈 주고 사야하는 종자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농민의 자살이 급증했다.
GMO 목화 사건을 계기로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들은 GMO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식량주권과 더불어 종자주권을 지키자며 토종종자를 보급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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