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변호사.
윤성효
법률가 출신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소송을 벌여 이긴 박훈 변호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법을 앞세우고, 불리한 것에는 힘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과연 법치주의인가"라며 "정치는 무엇보다도 소통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진주의료원폐업철회 경남·진주시민대책위(원고)가 홍 지사(피고)를 상대로 낸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 취소 소송'에서 원고측 변론을 맡았다.
이 소송은 1·2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24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 뒤 경남도는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다. 홍준표 지사는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이라며 "주민투표 성사 요건이 되더라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홍 지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박훈 변호사는 "주민투표법을 말살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태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총유권자 5%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주민투표를 도지사가 임의로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주민투표법은 있으나마나한 법률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이번 소송에서 답변서를 통해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주장한 후보들이 다 떨어졌다"는 주장을 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박훈 변호사는 "주장할 게 그것밖에 없고 억지 주장도 주장이니 그저 그런 가보다 라고 생각했다"고 비꼬았다.
박 변호사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해 "시민사회의 힘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 나오는 변호인(박준)의 실제 모델이다.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와 관련한 판결이 있던 날(12월 24일) 대법원은 대림자동차 해고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고 무효'라 판결했는데 이 소송도 박 변호사가 맡았다.
다음은 8일 박훈 변호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홍 지사의 발상은 주민투표법을 말살하겠다는 것"
- 주민투표와 관련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는데, 의미는?"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가 주민투표 대상이 되고 이에 따라 적법하게 신청한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는 것은 기속행위이지 거부할 수 있는 행정행위가 아니라는 확인 판결이다."
- 대법원 판결 뒤 경남도는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지만 주민투표 성사 요건이 된다고 해도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주민투표법을 말살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총유권자 5%(1/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주민투표를 도지사가 임의로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주민투표법은 있으나 마나한 법률이 아니겠는가."
- 경남도가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면서 든 이유가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임의적 재량행위'(대법원 2002년 4월 26일 판례)라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주민투표법의 규정 형식이 '할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지만 요건을 갖추어 신청한 주민투표에 대해 도지사가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주민투표법 관련 규정을 '기속적 재량행위'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청은 '허가할 수 있다.' 이런 규정 형식이 있는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바로 허가를 해주어야 한다. 이런 것 보고 행정법에서는 기속적 재량행위라 한다. 주민투표법이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이 공공청사로 용도가 변경되었고 폐업에 대한 법적·행정적 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이번 판결에서 명확하게 이러한 이유는 주민투표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민투표법은 주민투표로 확정되면 행정청은 반드시 이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주민투표법 제24조). 따라서 폐업한 것을 재개원 하라는 주민투표가 확정된다면 반드시 진주의료원을 재개원 해야 할 의무가 있다."
- 홍준표 지사는 지난 2014년 12월 3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받아본들 14만명의 서명을 받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는데."전형적인 법 무시 태도라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주민투표 청구 요건을 갖췄는데 거부 의사를 미리 밝힌다는 것은 주민투표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거다. 그럴 거면 주민투표법이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진주의료원을 폐업하지 말라고 국회에서 국정조사 보고서를 채택한 것도 무시한 지사님이시다. 그렇게 마음대로 하시는 분이니 뭐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주민투표 거부하면 소송 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