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운치 있는 도리사 앞마당 도리사는 불교를 최초로 신라에 전파한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가족과 함께 조용한 산사를 찾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소원 빈다.
김도형
쉬는 날이면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집에 틀어박혀 꿈쩍거리기 싫어할 정도로 잠이 많고, 집에만 있고 싶어하는 아내에게 연말이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도리사에 가자고 하니 의외로 순순히 응한다.
3년 전 우리 가족은 도리사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 옆 정자에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으며 여흥을 즐긴 적이 있었다. 이따금씩 멀지 않은 근교에 나가 라면을 끓여 먹고 오는 재미가 솔솔해 갑작스럽게 가자고 해도 아이들과 아내는 즐겁게 따라 오곤 한다.
이날은 눈이 내린 도리사의 운치를 만끽하고 얼마 전 처음 알게 된
서대(전망대)로 데려가 멋지게 펼쳐진 낙동강 주변의 풍경을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였다.
아내는 도리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올라가자고 했지만, 나는 지난해에 바꾼 차의 성능을 시험도 해볼겸 차를 몰고 도리사 입구 바로 옆 주차장까지 몰고 올라갔다. 예전 차 같았으면 엄두도 못 내고 중턱에서 엔진이 가열되어 연기가 났을텐데 역시 새차 성능은 대단했다.
나의 안전 운전 솜씨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아내였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 별로 게의치 않고 도리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수북히 쌓인 눈에 환호성을 질러대는 아들과 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토끼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산 아래는 눈이 내리자마자 금방 녹지만, 제법 높은 곳에 있는 도리사의 눈은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