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장 이야기> (지은이 송영애 / 펴낸곳 채륜 / 2014년 12월 20일 / 값 1만 5000원)
채륜
<식기장 이야기>(지은이 송영애, 펴낸곳 채륜)에는 중년 나이쯤 되는 사람이라면 할머니 댁이나 외가,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어려서 직접 사용했을 수도 있는 30여 가지의 식도구들이 식생활과 관련한 이야기로 아련하게 꾸려져 있습니다.
밥을 다 푸고 어머니가 닥닥 긁어 주던 누룽지만큼이나 맛나기도 하고, 물 한 바가지를 퍼붓고 다시 끓여서 우려낸 누룽지만큼이나 구수한 맛도 납니다.
책에서는 아련한 추억만을 우려내는 건 아닙니다. 알지 못하고 사용했던 그것들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설명하기도 하고, 사연처럼 품고 있는 애환도 하나둘 들려줍니다.
새우젓독이 역삼각형으로 만들어진 건 서로 부닥뜨려 깨지는 것도 방지하고, 배에 싣고 다닐 때 독과 독 사이로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밋밋한 모양이야 말로 과학이 깃들어 있는 지혜의 산물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가마니, 절구, 새우젓 독, 바가지, 멍석, 신선로, 쌀뒤주, 제기, 체, 떡살, 옹기, 조리, 식칼, 가마솥, 도마, 돌확, 채반, 맷돌, 광주리, 놋그릇… 그 어느 것 하나 낯설 게 없습니다. 보고, 듣고, 사용하며 자라온 물건들이라서 친숙함마저 느껴지는 추억 속 식도구들입니다.
책을 읽는 재미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사진을 읽는 재미는 아삭거리는 식감만큼이나 신선하고, 식도구들을 우려서 내는 글맛은 마음과 가슴에 착착 감기는 아련한 감칠맛입니다.
광명단 항아리를 옹호하는 쪽의 입장은 이와 사뭇 다르다. 구워내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납 성분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명단은 산과 열에 특히 약하다. 그걸 발라서 구워낸 그릇에 신김치를 담아 두거나 열을 가했더니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광명단 항아리는 500∼880℃ 낮은 온도에서 굽는다. 제작에 소요되는 연료비가 절감될 수밖에 없다. -<식기장 이야기> 95쪽-옹기표면에 피는 소금 꽃, '숨 쉬는 그릇'이라는 비밀 책의 내용이 지나간 추억만을 뒤돌아보게 하는 건 아닙니다.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배가 불뚝한 겉모양 때문에 같은 독(단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독이라고 해서 다 같은 독이 아닙니다. 요즘 흔하게 보이는 항아리, 표면이 유리알처럼 매끈매끈한 붉은빛 광택이 나는 항아리는 우리가 말하는 전통 항아리와는 많이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