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루, 주식마저... " 실직가장 아내·딸 살해

3년간 자녀에게 실직사실 숨겨... 주식투자 실패 후 극단 선택

등록 2015.01.07 08:20수정 2015.01.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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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경=연합뉴스) 손대성 황철환 기자 = 40대 실직 가장이 마지막 보루였던 주식투자마저 실패하자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6일 살인 혐의로 강모(4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 30분 사이 서초동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서 아내(44)와 맏딸(14), 둘째딸(8)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내와 딸을 살해한 강씨는 오전 5시 6분께 혼다 어코드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섰고, 오전 6시 28분께 충북 청주에서 휴대전화로 "아내와 딸을 목 졸라 살해했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119에 신고했다.

긴급 출동한 경찰은 강씨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확인했다.

아내는 거실에, 맏딸과 둘째딸은 각각 작은 방과 큰 방에서 숨져 있었고, 딸들이 누워 있던 침대에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머플러 두 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에서 별다른 저항 흔적을 찾지 못했으며, 현장에는 강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노트 2장이 있었다.


유서로 보이는 노트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죄 값을 치를게"라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고,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좀 남는 것이 있을 텐데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의 치료비와 요양비 등에 쓰라"는 내용도 담겼다.

강씨는 컴퓨터 관련 업체를 그만둔 뒤 지난 3년간 별다른 직장이 없었고, 아내도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강씨는 아내에게만 실직 사실을 알리고 두 딸에게는 자신이 여전히 회사에 나가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40대의 나이 때문에 재취업이 되지 않고 모아놓은 돈이 떨어져 가자 강씨는 2012년 11월께 자신이 살고 있던 대형 아파트(146㎡)를 담보로 5억원을 빌려 마지막 도박에 나섰다.

서초서 관계자는 "아내에게 매달 400만원씩 생활비를 주고 나머지는 모두 주식에 투자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투자는 성공적이지 못해 2년여가 지난 현재 남은 돈은 1억 3천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생활비로 지출한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억원 중 2억 7천만원을 날린 것이다.

강씨는 119 신고 직후 충북 청주 대청호에 투신하려다 실패하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따라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달아났다가 이날 낮 12시 10분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 종곡리 노상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강씨는 녹색 라운드 티셔츠와 젖은 검은색 운동복 바지 차림이었고, 왼쪽 손목에서는 주저흔(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자해한 상처)이 발견됐다.

강씨는 경찰에서 범행사실 전체를 시인했고, 부인이나 자녀와 사전 상의 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등 정황을 감안하면 이번 범행은 계획적인 측면과 우발적인 측면이 반반으로 보인다"면서 "유서는 아내와 두 딸이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7일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방침이다.

hwang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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