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청년회'의 반찬 봉사팀 '반쪽'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 '상상언저리'에 모여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식감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할 단호박, 팥양갱을 만들고 있다.
유성호
배달을 마친 이들은 언저리로 돌아와 뒤풀이를 했다. 반쪽의 새 팀장이 될 김진욱(30)씨의 생일파티도 함께했다. 이처럼 언저리는 청년회의 '아지트'다. 지난 2013년 4월, 프랜차이즈로 둘러싸인 홍대 한복판에서 소비·소모가 아닌 관계 지향적 문화를 꿈꾸며 시작됐다. 약 90제곱미터(약 28평) 크기로 술과 커피를 팔며 회원들의 모임 공간으로 활용된다. 청년회장 최윤수(34)씨는 언저리의 뜻을 소개했다.
"언저리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청년의 속성을 뜻한다고 봐요. 청년들은 아직 주류에 끼지 못한 사람들이잖아요. 성공해서 주류에 들어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강해요. 주변부인 청년들이 주류에 끼지 못한 사람들, 소외받는 사람들을 돌보자는 생각을 했어요."청년회에는 현재 5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벌이가 있는 사람은 2만 원부터, 대학생·백수는 5000원부터 각자 형편에 맞게 회비를 낸다. 회원은 언저리 음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직업은 시민단체 활동가부터 대기업 회사원, 기상청 연구원, 프로그래머, 게임 개발자 등 다양하다.
회원 대부분은 20~30대 1인 가구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전용 '집밥 모임'이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밥 한 번 제대로 먹어보자는 것이다. 직접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같이 요리하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회 회원 김아람(30)씨는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부족함 없이 살았다. 사회의식도 약했다. 청년회 가입한 뒤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위안부 팀장을 맡아 위안부 피해자들의 후원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위안부팀은 한 달에 한 번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김복동 할머니 댁인 연남동 '우리집'을 찾아간다. 이들은 집을 청소하고 할머니들의 말동무가 돼준다. 지난 10월에는 나비기금(위안부 할머니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홍대 뮤지션들의 자선 공연도 벌였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는 '나비의 꿈' 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이같은 청년회를 통해 "인간 관계의 허기를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태어나 10년 동안 서울에 살았어요. 여기서는 마음 맞는 친구 찾기가 쉽지 않았고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회를 하면서 제 인생을 생각해봤을 때 어디서 이렇게 저와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예요. 이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눈도 더 커졌어요."이날 생일파티를 한 김진욱씨도 "취업하기 전까지 좁은 환경에서만 살았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청년회 사람들을 모아서 동아리를 만들거나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저리, 회원만의 공간... "후원회 등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