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역에서 만난 미얀마 아주머니이 아주머니도 한국드라마 많이 보시는 것 같다. 한국사람이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안녕 하세요?’하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전병호
미얀마에 가면 어설픈 애국심이 아니라 진짜 한국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미얀마 사람들은 단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대단한 호의를 베풀어 준다.
사실 나도 미얀마 가기 전에는 이 말에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경험해 보니 미얀마 한류는 다른 동남아 국가의 한류와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코리아루묘바(한국사람입니다)"하면 어설프게나마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미얀마 한류의 중심에는 바로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밤 문화가 별로 없는 미얀마에서 텔레비전 시청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실제 다녔던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축구 아니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얀마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상상 그 이상이다. 어떤 드라마는 시청률이 90% 가까이 나왔다고 하면 믿겠는가? 미얀마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01년에 방영한 송혜교, 원빈, 송승헌 주연의 <가을동화>에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후 미얀마에서 한국드라마는 다른 모든 프로그램을 제치고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이유 중에는 드라마의 완성도도 있었겠지만, 미얀마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한국인들과 많은 부분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얀마 사람에게는 '가족 중심의 문화'와 '정(情)의문화'와 같이 우리와 통하는 정서가 있다.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한국드라마에 깊이 공감하며 빠질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시어머니와 며느리양곤의 밤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선 꼭 한 번 들러야 한다는 19번가(세꼬랑) 꼬치 골목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 한국드라마에 푹 빠진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만나게 되었다. 테이블에 앉아 미얀마 맥주에 꼬치구이로 여행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젊은 여인이 나타나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잠시 후,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을 데리고 나왔다. 자기 시어머니인데 한국드라마를 엄청나게 좋아해, 지금 한국말도 배우고 있다면서 잠시 동석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사람들이 왔다고 하니 만나보고 싶어 나왔다는 거였다. 흔쾌히 허락했다. 그 시어머니는 연신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등 간단한 한국어를 외치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괜히 우리가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대부분 한국 드라마는 더빙하지 않고, 자막을 입혀서 내보내기 때문에 이처럼 간단한 한국말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얀마의 많은 사람은 "안녕하세요?","오빠","사랑해요" 등 간단한 한국말을 할 수 있다. 미얀마에 가면 못 알아들을 거로 생각하고 괜히 욕하지 마시라. 의외로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