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진양호. 구름 비집고 나온 햇살이 진양호를 비추는 사이로 바람이 차갑게 겨울 인사를 하고 지났다.
김종신
새해가 바뀌었다. 새로운 시작이다. 사람들은 새해 아침 해를 보며 소원을 빌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나 역시 새해 계획을 다짐하기 위해 경남 진주시 진양호를 찾았다. 진양호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일 년 계단'
해가 바뀌고 이틀째 되는 날, 사람들로 북적이는 진주 시내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10여 분을 더 내달렸다. 진주의 신흥 주거 지역인 신안동과 평거동의 아파트 숲을 지나자 주위가 고요한 진양호가 나왔다. 진양호 공원 정문에서 표를 끊지도 않았다. 공짜다.
공원에서 호수를 찾아가는 길에는 유혹이 많았다. 곳곳에 있는 쉼터가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도 줄곧 앞으로 내달렸다. 진주 조정 훈련장이라는 간판 앞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한쪽에는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가 건네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 모여든 세 마리의 고양이가 차를 대신해 한 자리를 차지했다.
호수다. 20여 년 전에는 유람선이 떠다녔고, 노 저어 사랑을 속삭였던 흔적은 없었다. 조정 선수들이 연습하는 길쭉하고 날씬한 보트가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구름 비집고 나온 햇살이 진양호를 비추는 사이로 바람이 차갑게 겨울 인사를 하고 지났다. 호숫가 얕은 오른 편으로 새들의 자맥질이 한창이었다. '망원경이 있었다면...'하는 아쉬움 속에 내 소원을 들어줄 계단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