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 신 여섯을 섬긴다고?

시가현 히노초 오타니 사람들의 새해맞이

등록 2015.01.03 18:56수정 2015.01.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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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이 지장 신에게 제물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과 마을 입구에 있는 지상 신 사당입니다.
  마을 사람이 지장 신에게 제물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과 마을 입구에 있는 지상 신 사당입니다. 박현국

3일 오전 시가현 히노초(日野町) 오타니(大谷)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이 마을을 찾은 것은 31일부터 세 번째입니다. JR오사카역에서 출발하면 히노역까지 두 번 갈아타고 96.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오타니 마을까지는 히노역에서 2킬로미터 쯤 떨어져 있습니다.


오타니 마을은 모두 18세대가 모여서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새해가 다가오면 연말 마을 신사나 절, 산신당을 청소하고 새해맞이를 준비합니다. 이 준비와 진행은 마을 세대를 셋으로 나누어 한 반이 맡아서 합니다. 담당 반은 한 집에서 나이가 많은 남자 한 명이 나와 모두 여섯 명이 일을 합니다.

31일 마을 사람들은 마을 중앙에 있는 쥬니 신사에 모여서 신사 본전에 올릴 제물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마을 두 곳에 이 기 씩 있는 이나리 신과 지장 신과 노가미 신에게 올릴 제물도 준비하여 올리기도 합니다. 이들 이나리 신과 지장 신, 노가미 신에게는 일 년에 한 번 이 때 제물을 올립니다. 제물은 백지를 깔고 풀고사리 가지를 놓고, 찹쌀떡 두 개를 포개 놓고 그 위에 감귤을 올려놓습니다. 소박하게 준비하여 간단히 올립니다.

   마을 사람이 이나리 신이 있는 마을 서쪽 숲에 오르는 모습과 제물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을 사람이 이나리 신이 있는 마을 서쪽 숲에 오르는 모습과 제물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현국

1일 아침 7시 반 무렵 당번을 맡은 마을 사람들이 쥬니 신사에 올라와서 제물을 차려놓습니다. 제물은 대부분 전날 준비하여 진열해 놓았습니다. 1일 아침에는 도미만 한 가운데  새로 올립니다. 8시 무렵부터 마을 사람들이 쥬니 신사에 오는 대로 한 명 씩 신사 본전 제 물 앞에서 박수를 치고 예를 올리고 기원을 합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마을 사람들이 쥬니 신사 본전에 차려놓은 제물과 삶은 콩, 무장아찌, 미역, 술, 찰밥, 따위 음복하는 먹거리와 모닥불 둘레에서 음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마을 사람들이 쥬니 신사 본전에 차려놓은 제물과 삶은 콩, 무장아찌, 미역, 술, 찰밥, 따위 음복하는 먹거리와 모닥불 둘레에서 음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박현국

아홉 시 무렵 마을 각 세대가 모두 참가한 것을 확인하고 당번 마을 사람들이 본전 제물 가운데 술과 간단한 먹거리를 가지고 와서 마을 사람들과 음복을 합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접시에 술을 따라주면 마시고 삶은 콩, 소금, 쌀, 미역, 무장아찌들을 조금씩 받아서 먹습니다.

   마을 사람이 절에 모서진 성관음상 앞에서 기원하는 모습과 난로 둘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마을 사람이 절에 모서진 성관음상 앞에서 기원하는 모습과 난로 둘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박현국

아홉시가 지나 마을 사람들은 신사 위쪽에 있는 금강사라는 절에 갑니다. 이 절 역시 마을 사람들이 섬기는 절입니다. 절 안에는 성관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절에 도착한 마을 사람들은 한사람씩 성관음상 앞에서 절을 하고 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난로 둘레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집니다.


3일 아침 7시 반 무렵 마을 일을 맡은 마을 사람들이 마을 서쪽 숲 속에 있는 산신당에 모여서 모닥불을 피우고 산신당 앞에 제물을 펼쳐 놓습니다. 제물은 술과 찰밥, 삶은 콩, 미역, 무장아찌입니다. 산신당은 삼나무 두 그루입니다. 왼쪽에는 타로상이라고 쓰인 나무판이 놓여있고, 오른쪽 삼나무에는 하나코라고 쓰인 나무판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나무 사이에는 금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8시 무렵 마을 사람들이 한 명씩 도착하는 대로 산신 제물 옆에 자신이 가지고 온 찹쌀떡 두 개를 포개놓고 그 위에 다시 감귤을 올려놓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이자 금줄을 중심으로 양쪽에 서서 영문 알파벳 Y 자 모양으로 자른 나무 가지를 왼손에 쥐고 줄을 흔들면서 타로상과 하나코라고 쓴 팻말을 금줄 양쪽에서 한가운데로 옮겨왔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놓았다 합니다.


   마을 사람이 산신당에서 차려놓은 제물과 금줄 사이에 서서 줄을 흔들며 복을 기원하는 모습입니다.
  마을 사람이 산신당에서 차려놓은 제물과 금줄 사이에 서서 줄을 흔들며 복을 기원하는 모습입니다. 박현국

이 때 제관이 산신에게 복을 기원하는 축문을 읽습니다. 축문은 논밭에서 나오는 모든 곡물이 풍성하고, 집안에서 기르는 모든 가축까지도 나쁜 것이 가까이 오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의식이 끝나면 모닥불 둘레에서 제물로 올린 술, 찰밥, 삶은 콩, 무장아찌들을 나누어 마시고, 먹는 음복을 합니다.

모닥불이 꺼질 무렵 다시 마을 사람들은 마을 동쪽 산신당으로 옮겨서 서쪽 산신당에서와 똑같이 줄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줄 옆에 서서 줄을 흔들면서 축문을 읽으면서 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모닥불 둘레에서 제물로 올린 술을 마시고, 먹으면서 음복을 합니다. 서서히 모닥불이 꺼지면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이처럼 히노초 오타니 마을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18세대가 세 반으로 나누어 당번을 정하여 마을에 있는 이나리 신, 지장 신, 노가미 신들에게 제물을 올립니다. 초하루 날에는 신사와 절에 모여서 제물을 올리고 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사흗날에는 산신당에 모여서 전해져 내려오는 의식을 거행하고 음복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이러한 새해맞이 행사를 오래전부터 해왔고, 이렇게 옛 풍습대로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에 이러한 행사가 중단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전통이나 문화가 보존되어온 요인인지도 모릅니다.

   마을 사람이 산신제를 지내고 모닥불 둘레에서 음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마을 사람이 산신제를 지내고 모닥불 둘레에서 음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새해맞이 #시가현 히노초 오타니 #산신제 #지장 신 #이나리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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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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