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이희훈
- 77일 옥쇄파업, 3년 수감생활, 171일 철탑 농성을 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로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첫 직선제 선출이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옥쇄파업 도중에 내 동료가, 회사가 쥐어준 파이프를 들고 돌진해오는 모습을 옥상에서 지켜봤다.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으면 자본 앞에서 나약할 수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민주노조는 부단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자본의 압박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 위원장 당선 뒤, 가족 반응은 어땠나. "세월의 풍파를 겪었는지, 아내는 담담하게 생각하더라. 아내가 쌍용자동차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체를 봐야 하니까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다. 운동가를 지도하는 내조를 보여줘서 놀랐다.(웃음)"
- 선거 공약으로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천명했다. '총파업 하자'는 단순 구호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 먼저 왜 해야 하는지, 총파업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설명돼야 할 것 같다. "지금 이순간에도 여러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그 현장들은 노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전교조의 법외 노조 투쟁, 노동자들에 대한 무차별한 손해배상 가압류, 노조파괴, 정리해고 등을 비롯해 공기업 구조조정, 공무원 연금 개악 등은 단순히 노사관계로 풀 수 없다. 전부 다 박근혜 정부와 싸워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승리는 총파업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의 투쟁에서 금속, 의료 등 산별연맹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이제는 전체 노동자의 명운을 건 투쟁이어야만 한다. 그걸 우리는 총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각각의 의제들을 선제적으로 끌어모을 것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목표가 무엇이고 상대가 누군지를 조합원들에게 선전할 것이다. 내부에서 투쟁 명분을 쌓을 것이고 국민들에게도 사전에 공감을 얻을 것이다."
- 올해 상반기에 총파업 여건을 조성하게 되는 것인가."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물론 비정규직 종합 대책, 공무원 연금 개악은 올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 그때 가서 싸우기는 힘들다고 본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1월부터 총파업 투쟁 본부 체제로 전환한다. 이후 2월 12일에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 대회가 있다. 여기서 투쟁 방침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 그럼 구체적인 시점은? "정부가 도발하면 싸워서 붙어야 한다. 어마어마한 일들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4월 임시국회 전에 준비를 끝내 놓겠다."
- 정말 총파업이 가능할까. "함께 꿈을 꿔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노예의 삶을 청산하자. 우리의 분노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 분노를 자본과 정권의 심장부에 겨누자."
-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화 채널을 만들 것인가."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정부와 대화 채널은 열려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박근혜 정권이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전교조 법외 노조화 시도 등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또 현재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 대책, 노동시장 개악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 들러리가 될 수 없다. 대화 이전에 선결과제에 대한 진정성을 정부가 보여야 한다."
-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맞서서 '장그래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출범을 제안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역량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와 최저임금 문제는 결부돼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시급 1만 원을 내걸고 투쟁하겠다. 사실 집집마다 장그래가 한 명씩은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장그래의 문제를 내 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투쟁을 해도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그런 장그래가 전국에 9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을 민주노총이라는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세상은 미래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시민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씨앤앰 노사는 해고자 복직을 합의했다.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들과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했고, 여기에 '진짜사장나와라 운동본부'라는 시민운동이 결합하면서 승리했다. 이 운동을 '장그래살리기 국민운동본부'와 연결시켜서 생각하면 된다.
그동안 비정규직들이 '스스로 내가 노동자다', '더 이상 착취와 억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깨달을 만한 기회가 적었다. 민주노총이 그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이 땅의 900만 장그래들을 책임지겠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상하관계...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