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는 이 곳, 부표만 덩그러니...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사고해역에 '이 곳에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다'는 유일한 표식인 부표만 덩그러니 떠 있다. ⓒ 이희훈
한때 우리는 누구나 피해자였다. 그림 솜씨 좋던 예슬이의 언니였으며 마지막 용돈 6만 원과 함께 돌아온 착한 딸 유민이의 아빠였다. 아무 죄 없는 멀쩡한 목숨이 죽어가는 기가 막힌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우리는 "이게 나라냐"고 분노했다.
한때 우리는 누구나 당사자였다.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기다리던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절망했고 통곡했다. 300여 명의 목숨을 빼앗으며 침몰한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며 우리는 치를 떨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또 하루 이틀이 지나자 우리는 "피해자 가족들이 너무 강경하다"며 꾸지람을 했다. 세월호 때문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불평했다. 우리는 더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에서 보란 듯이 치킨을 먹는 '패륜'이 자행됐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혀만 끌끌 찰 뿐이었다. 희생자 가족이 동의하지 못하는 진상규명법을 정치권이 흥정할 때도 우리는 "그만 하면 됐지"하고 신경질을 부렸다. 우리는 더는 당사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