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폭풍 앞의 허수아비한국은 지금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가깝게 국민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다. 생산활동인구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2014년 10월 기준으로 14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30%에 가까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지만(2010년 기준), 이들 가운데 절반이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한다.
이런 경제구조 속에서 경제력을 잃는 순간 어떤 삶이 닥쳐 올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60대 이상 노인 절반이 빈곤층이며, 노인인구 자살률은 OECD 평균의 네 배에 달한다. 물론 고통은 이 '좌절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잘 알려져 있는대로,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경제활동가능인구(15-64세)의 자살률 역시 세계 최악이다.
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더 나은 경제적 기회와 사회안전망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은 대거 증발하거나 후퇴했다. 자영업자의 고통은 지금도 비명을 지를 정도지만, '베이비 붐' 세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1960년생 취업자들이 퇴직하면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안전하게 돈을 벌기 원하는 재벌 3세들이 제조업을 포기하고 식음료업에 뛰어들어 자영업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안보 문제도 심각하다. 현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안보가 좌우될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논란이 된 영화 <인터뷰>는 이런 우려가 현실임을 보여주었다. 별도의 기사로 자세히 쓰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은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는 할리우드조차 북한에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북한' 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대한 문화적, 인종적 편견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어떤가. <오마이뉴스>의 신은미 시민기자는 북한을 방문해, 평범한 시민이 바라본 북한의 현실을 전해 주던 귀한 증인이었다. 그의 글은 책으로 출판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전국 도서관에 배포되었다. 심지어 정부는 신은미 기자를 통일부 홍보 영상에까지 출연시키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종편 보도 하나로 '종북'이 되었고, '통일은 대박'이라던 대통령이 느닷없이 그 말을 따라쓰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에게 '20세기 중반에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갈라놓았다'고 말하면 눈을 휘둥그레 뜨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미국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과 북한이 관계를 개선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우리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무지와 혐오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 두가지가 결합될 때 나타나는 것은 파국을 부르는 어리석은 판단 뿐이다.
결국 국민이 똑똑해지지 않는 한, 이 사회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비선세력'과 달리, 국민은 대통령에게, 정부에게, 국가에게 합법적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지, '십상시'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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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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