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한 미술관에 전시된 자화상지난 2003년 남북교류협의회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하였던 해남윤씨 후손에 의해 평양의 한 미술관에서 촬영한 자화상에도 도포의 복식선이 나타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인해 현재의 자화상에 나타나 있지 않은 도포의 복식선이 예전의 그림과 적외선 촬영을 통해 나타나는 것을 놓고 미술사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이러한 논쟁은 상반신의 옷주름 선이 화면의 어느 쪽에서 그려졌나 하는 기법의 문제로 전개되었다.
지난달 26일 광주박물관에서 있었던 특별전 학술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였던 안휘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공재의 자화상에 나타나 있는 귀나 상체 복식의 옷고름선을 표현하는 수준이 떨어져 후대에 누군가가 그려 넣은 것이 아닌가" 추정하여 새로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후대에 화폭 뒷면에 그려 넣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공재 윤두서 자화상의 의문이자 논점은 본래 그림에 나타나 있던 상체 복식의 옷주름선이 왜 사라졌나 였다. 이에 대해 미술사학자 오주석은 숯으로 그린 의복이 1960년 표구과정에서 잘못 처리되어 1937년 자화상에 나타나 있던 복식선이 사라졌다고 추정하였다.
또한 명지대 이태호 교수는 자화상은 정면상의 얼굴만 화면의 앞면에 그렸고 얼굴선과 옷주름선은 뒷면에서 그리는 배면선묘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1937년 <조선사료집>의 자화상은 사진을 촬영할 때 그림의 앞면과 뒷면에서 동시에 조명을 주어 촬영하였기 때문에 옷주름 선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수미 연구관은 화폭 뒤에 필선을 그려 넣는 배선법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교수의 주장을 부정하였다.
이같은 논란속에서 미술사학계에서는 자화상은 정본이 될 초상화의 밑그림으로 정본이 아닌 초본으로도 보고 있다. 얼굴은 사진을 찍은 듯 완벽하게 재현한 반면 몸체는 유탄으로 희미하게 그리고 탕건도 일부분만 그린 것으로 보아 정본을 염두에 둔 초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상과 진실의 사이그렇다면 자화상의 의복선이 보이지 않는 것은 착시현상일까? 아직까지 좀더 과학적이고 정밀한 조사결과가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화상의 비밀은 수리를 통해 화폭 뒷면에 필선을 그려 넣었는지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는 방법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자화상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사실을 밝혀보는 것도 좋을지 모르나 그 비밀에 대해서는 상상력으로 남겨두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신비감과 상상력이 허무한 사실로 나타날 때 공재의 자화상은 우리가 느껴왔던 그 가치로부터 멀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