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전체회의 참석한 최경환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이렇게 노동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2014년을 고작 이틀 남긴 29일,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살펴보면 그동안 최경환 경제팀과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우선 기업의 비정규직 선호 현상을 억제하고 고용 안정을 추구하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큰 줄기다. 얼핏 보면, 일면 그럴 듯하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과 비정규직의 급여가 비교될 때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삶이 하늘과 땅처럼 느껴지고, '비정규직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고 비유해도 될 만한 상황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과 2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틀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부총리의 '노동 시장 이중구조 해소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위화감을 부추겨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셈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이라지만, 중심은 기업의 비용절감과 인력운용의 유연성에 있다. 여전히 저렴하게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는 노동정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경기침체를 이유로 정규직의 처우와 임금을 낮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간극을 줄이려는 하향평준화 의도를 거침없이 내보이고 있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물론 대통령의 말처럼 독일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에서 비정규직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활성화되어 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예로 든 독일 등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활성화된 나라는 노동자의 삶의 질과 국민의 여가 활동을 우선하여 그런 형태의 일자리를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손쉬운 해고와 저임금으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도입한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 개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노동 정책이 잘된 나라들의 겉모습만 빌려와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는 선진국 유형이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강요하는 건, 탱자가 자랄 수밖에 없는 토양에 귤나무를 심어 놓고 귤의 달콤함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제도의 무분별한 확장은 비정규직 노동 인구 600만 시대를 만들어 놓았다. 숱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거덜이 났다. 거리로, 광고탑으로, 공장 굴뚝 위로 오른 비정규직의 피맺힌 외침은 해를 넘길 상황이다.
최근 독일 의회에서 확정한 2015년 최저 시급은 8.50유로(1만1000원)이다. 우리나라 최저 시급 5580원에 2배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9.27유로(1만4060원) 정도, 덴마크의 경우 시간당 20달러(약 2만 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나라와 최저임금을 비교할 때면 부끄럽다. 일본의 절반 수준인데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보다도 낮아 OECD 최저 수준이란다. 정부가 정한 2014년 2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102만 7414원이지만, 하루 8시간을 일하는 노동자 중엔 그에 턱없이 모자란 월급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비정규직 저임금으로 묶어두려는 속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