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행진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 귀담아 주길"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오체투지를 벌이며 청와대를 향하자 경찰들이 이를 막고 있다.
유성호
[최종신 : 26일 오후 6시 20분] "비정규직 현실 알리는 것마저 허용 안돼"
오체투지 행진단은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린 지 6시간여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와대로 가는 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오후 4시 20분께 오체투지 행진단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등지고 앉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경찰과 대치하지 않았더라면 이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종진 신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함께했다. 오전부터 소복을 입고 오체투지 행진에 함께한 그는 당선증을 받고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어깨가 무겁다"고 당선소감을 밝힌 뒤 "이 땅의 노동자들의 절규를 무겁게 받아 안아 민주노총이 역사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 내내 흙먼지가 묻은 목장갑으로 눈물을 닦던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은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운 지난 1800여 일은 너무 참담했다"며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지 않고서는 사장이 일터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체투지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낮은 자세로, 온몸으로 기어 비정규직의 현실을 알리려 했지만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며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거지꼴이 된 우리의 모습이 2014년을 사는 한국 비정규직의 모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함께 읽으며 지난 5일 동안의 오체투지 행진을 마무리했다. 행진단은 기자회견문에서 "비정규직은 개인의 무능이나 불운이 아닌 신자유주의가 강제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란 반인간적 법제도 때문"이라며 "정부의 비정규법 개악시도를 저지하고, 현행 근로자파견법 폐지 등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월 5일 '2차 행진'을 예고하며 오후 5시 5분께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