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성당 성가대2011년 6월 23일 서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천주교 대전교구 서산지구 8개 성당 '다 함께 성가 부르기 대회'에서 태안성당 성가대가 합창 연주를 하고 있다.
지요하
어찌 보면 힘든 연습 과정 끝에 얻게 되는 화음의 완성, 그 희열과 성취감 때문에 나는 성가대 활동을 계속하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내 베이스음을 발성하는 가운데서도 4부 합창이 빚어내는 화음의 절묘함을 감지한다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내가 참여하여 일조하는 그 화음의 세계 속에서 새삼스럽게 화음의 가치를 체감하곤 한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네 가지 소리를 교묘히 배합한 작곡가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도 크고, 그런 곡을 선택해 가르치는 지휘자와 반주자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도 크다. 네 가지 소리를 동시에 정확히 포착하며 손짓을 하는 지휘자를 경이로운 눈으로 보기도 한다.
일찍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가장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지휘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신비스럽고도 장엄한 앙상블을 접하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앙상블은 아니더라도, 내가 속한 성가대의 4부 합창이 만들어내는 화음만으로도 나는 얼마든지 화음의 가치를 체감하며, 세상에 대한 소망을 내 기도로 절절히 발현시킬 수 있다.
네 가지 소리가 적절히 어울려 만들어내는 그 화음은, 세상의 조화를 반영한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돕고, 어울리며 상생함으로써 그것은 가능하다. 음양의 조화 같은 일정한 룰이 존재한다. 그 룰을 깨뜨리거나 뒤틀지 않고 서로서로 존중할 때 어울림의 룰은 극대화된다.
음악은 여러 가지 음과 박을 안고 있다. 갖가지 음과 박이 모여 음악이 된다. 그 갖가지 음과 박이 얼마나 잘 어울리며 기능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성패가 결정된다. 음악이 보여주는 화음의 세계는 바로 상생과 조화의 세계이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바로 어울림임을 음악은 일깨워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음악 속에서 위안을 얻고, 희망을 키우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며 세상 속에 음악으로도 존재하는 절대자와 교감을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개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들이며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사람들, 정치적 욕망과 경제적 탐욕 속에서 조화의 가치를 훼손하며 사는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랏일을 한다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리저리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일수록 조용히 음악을 듣는 시간도 가져야 하고, 화음의 절묘함과 아름다움을 접해야 하는 것이다.
내 눈 앞의 예수님을 바로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