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1월 17일 낮 12시 30분 '동아투위' 위원들이 <동아일보>사 앞에서 지난 1975년 강제 해직사태에 대한 사과와 화해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전관석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6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와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모두 동아투위 사건은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라고 인정했다. 신문 제작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언론인을 한꺼번에 해임한 것을 단순한 경영난 해결방안으로 보기 어렵고, 당시 중앙정보부 관계자들이 과거사정리위 조사나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박정희 정부의 개입을 뒷받침한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해직 언론인들이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에, 아니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된 2004년에 대한민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그로부터 3년 또는 5년이 지났다는 얘기다. 법원은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 규명결정 통지를 받은 2008년 11월경부터 시효를 따져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24일 대법원 2부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피고(대한민국)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고법 판결은 위법하다고 했다. 원고 권근술, 김동현, 김진홍, 김태진, 김학천, 성유보, 송준오, 오정환, 이부영, 이종대, 임채정, 조학래, 허육, 황의방은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으로 국가가 입법 등 적절한 조치를 하리라 믿었는데, 국가는 그것을 저버렸다(신의성실의 원칙 위배)고 판단한 것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라 주요 일간지에서 '대한민국' 이름으로 실린 <동아일보 해직 언론인에 대한 사과문>을 볼 수도 있다. 해직 언론인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근거로 국가는 자신들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사죄광고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이 규정 때문에 사죄광고라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해직 언론인들이 국가배상금 청구 패소에 대비해 따로 청구한 '사죄광고' 역시 파기환송 대상이라고 했다. 사죄광고 게재가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는 방법인지를 두고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