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박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보복론'에 대해 "사안을 그렇게 규정하기 시작하면 초라해진다"라며 "확실하게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을 가지고 흥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말했다.
남소연
이어 박 대표는 '진보당 책임론'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진보정치 전체보다는 진보당이 문제가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석기 사태 전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터졌을 때 이것을 책임있게 다루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이석기 사태 때 당 지도부가 시민들의 상식 수준에서 책임있게 대응했다면 훨씬 나았다"라고 아쉬워했다.
"진보당은 설명도 안 했고, 책임있게 대응하지도 않았다. '증거가 없다'며 법의 보호와 법률적 대응에만 숨었다. 정치적 책임을 다하고 법률적 보호를 병행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보당이 분당했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책임있게 대응했다면 헌재가 이렇게까지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진보당의 자업자득이 상당히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당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박 대표는 "진보당은 정치적 책임은 전무한 상태에서 법의 보호 아래로 피했는데 법의 힘으로 해산이 결정됐다"라며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정치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에 법의 논리가 과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합정동 모임에서 나온 발언들 가운데) 이런 표현은 과거의 관성에 의해 나온 것이지만 지금은 정당으로서 수용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얘기해야 했다. 아니면 이를 두고 당내에서 논쟁이라고 벌여야 했거나 당내 온건파들이 지도부에 들어오는 등의 반응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진보당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속에 숨어 있으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박 대표는 "진보당이 정치적 책임성을 버리고 헌법 속 기본권으로 들어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는데 헌재는 법의 형식을 빌어 정치적으로 판단해 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라며 "진보당이 더 정치적이어야 하는데 헌법적으로 대응했고, 헌재는 더 헌법적이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은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박근혜의 보복? 그렇게 규정하면 초라해져"박 대표는 진보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보복론'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사안을 그렇게 규정하기 시작하면 초라해진다"라며 "확실하게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을 가지고 흥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구성된다"라고 전제한 뒤, "헌재의 잘못된 판단을 (박근혜 보복론 등으로) 외부화해서 짚어야 할 문제를 덮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라며 "그렇게 하면 현실에서 배울 것도 없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50년 전으로 돌아가 결정했다고 우리까지 권위주의 때도 돌아가 대응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 가능성에는 "설령 그런 의도가 있다고 해도 우리민주주의 수준이나 역량이 그것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해산 결정의 정당성이 크지 않는데도 공안몰이를 한다면 후폭풍이 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것이 허용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헛한 것이 된다"라며 "우리 민주주의 수준과 역량에서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우리는 민주화 이후 27년 간 상투적으로 민주주의 수호·복원·쟁취를 위해 국민운동을 벌여왔다"라며 "이러한 국민운동방식은 민주주의 시대에 맞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왜 다시 국민운동본부여야 하나? 정당에서 대책위를 만들고 거기에 민주노총이나 민변 등이 들어가면 된다. 진보운동세력은 정당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정치, 정당 위에서 모든 것을 계도하겠다는 것이다. 좀 전도된 의미의 전체주의가 있다. 국민운동이라는 방식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박 대표는 "중요한 사안일수록 비유법을 사용하면 안된다"라며 "우리가 권위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 시인도 좋고 혁명가도 좋지만 민주주의 시대에 정치관련 사안을 시인이나 혁명가처럼 다루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내 옮음을 증명하겠다', 이렇게 소리지르고 내뱉는 것으로 사회가 좋아지지 않는다. 화가 나도 냉정하게 사안을 다루어서 반드시 '성과'나 '변화'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진보가) 민주화 이후에도 '운동'으로 대응하다 보니 보수도 '운동'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리에서도 내전상황이고, 인터넷에서도 내전상황이다.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부분의 미학'이 있다.""약해진 야당, 쉬운 해결책만 찾는 조급함 버려야"박 대표는 "야당이 명사정당이 아니고 조직, 정책, 교육 등이 기능적으로 잘 움직이는 조직이었다면 헌재가 이렇게 무리한 판결을 내리지는 못했다"라며 "야권과 진보가 약하기 때문에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이 가능했다"라고 분석했다.
"진보나 야권은 정당 내부의 정치자원을 효과적으로 조직해 사회문제를 능동적으로 능력있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원관리조차 제대로 못했다. 대안, 조직, 이론을 갖추는 과정에서 쉬운 해결책만 찾는 조급한 행태를 바꿔야 한다. 화끈한 대안이라도 결과가 빈약하면 패배주의나 냉소에 빠진다. 화끈한 대안도 아니고 오래 걸리지만 성과가 나면 오래 간다. 그래야 힘이 늘고 사람이 는다."박 대표는 "야권과 진보에 정치, 인간, 민주주의, 헌법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체계적인 민주주의관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다"라며 "반독재, 반이명박-반박근혜 등만 있어서 생각의 폭이 협소한데, 생각의 폭을 열면 생각이 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렇게 야당이 약해진 것이 한국 정치의 중심주제다"라며 "이제는 박근혜 때문이다, 검찰 때문이다, 이렇게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은 비겁하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모든 진리의 아버지는 시간이다'라는 마키아벨리의 문구를 언급하면서 야권과 진보에 '진지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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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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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해산' 결정은 야권이 약한 탓 '박근혜 때문'이라는 주장은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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