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함께 할께'지난 7월 국회 도보 행진에 참가한 단원고 한 학생의 가방 모습. 친구들 이름표가 가득 붙어 있다
이희훈
먼저 떠난 친구에게도 자리를 내주라고 권합니다. "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그려보고, 나이가 들면 어떻게 말하고, 걷고, 생각하고, 이야기할지를 함께 상상해 보며 즐거워하던" 그 친구 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친구 역시 당신을 위해 그랬을 테니까요. 그 친구라면 당신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요. 크리스마스 트리 옆 살아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너무나 엄숙하고도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는 아이 천사들을 바라보면서, 그 아이들이 어떻게 우리에게서 떠나갔는지를 괴롭겠지만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물론, 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바로 그 기억들이 산 자와 죽은 자를 이 땅에서 재회하게 해 줄 역사라고.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부드럽게 그 기억을 맞이하도록 노력하라고요. 그것이 크리스마스니까요. 괴로운 기억이어도 떠오를 수밖에 없는 날이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사랑을 잊지 않는 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모쪼록 그 아이들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꽃처럼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간 아이들", 그들에게 크리스마스트리 옆 당신이 가장 아끼는 자리를 잠시 내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라도 그들의 가족이, 그들의 친구가, 크리스마스라서 더욱 괴롭게 떠오를 기억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는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