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의 크리스마스트리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의 크리스마스트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하트와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
김예지
김태희씨가 기자의 손이 차갑다며 한참을 붙들고 있자, 노란 리본 공작소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무슨 사이냐"며 장난을 쳤다. 작은 공간이지만,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노란 리본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곳에서 나왔다고 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해 물으니, 모두 '덕희쌤'을 찾았다. 노란 리본 공작소에서 '덕희쌤'으로 불리는 김덕희(52)씨는 "다 같이 한 거다"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옆에 있던 김태희씨가 "덕희쌤이 디자인을 하고 아이디어를 냈다"며 귀띔했다.
"바느질은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잖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한 땀 한 땀 하다 보면 의미가 달라지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우선이잖아요. 물질의 사회에서 보면 이건 유치하죠. 돈 주고 사지, 뭐하러 이런 걸 만드나 싶기도 할 텐데... 희생자가 304명이잖아요. 실제로 (희생자 이름이 적힌) 하트를 만들 때마다, 그냥 '304명이 죽었대'가 아니라, 전부 다 사람들의 가슴에 닿는 거예요. 실감이 나는 거죠. '아, 304명이 죽었구나, 이건 정말 작은 숫자가 아니구나.' 그러면서 세월호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고,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기억하게 되고..." 김덕희씨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도 농성장을 찾길 바라면서 트리를 꾸몄다고 했다.
한두 끼의 밥과 두 갑의 담배... "학생들이 많이 오면 힘이 나"밤이 가까워진 농성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오늘 처음 농성장을 찾아 아이들의 증명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다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학생인 동생을 데려와 세월호 특별법을 위한 서명을 하고 가는 대학생도 있었다. 기자와 몇 마디를 나눈 그 대학생은 "좋은 기사를 써 달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