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근로계약서롯데호텔에서 3개월 가량 근무하면서 매일 작성했던 84장의 근로계약서이다.
김영
롯데호텔 송용덕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3월 29일 부당해고를 당하기 직전까지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약 3개월 동안 일한 김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일하는 동안 매일매일 사장님과 하루짜리 근로계약을 맺으며 일했습니다. 사장님 도장이 찍힌 근로계약서를 84번이나 작성했지요. 이 호텔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워낙 많으니 사장님이 저를 기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세 살입니다. 벌써 1년 전이네요. 작년 12월, 학업 때문에 전주에서 상경해 고시원에서 자취를 하며 타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생활비를 벌어야했기에 백방으로 일자리를 구하던 중 롯데호텔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자취를 하며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야 할 청년에게 괜찮은 일자리의 기준이란 분명합니다. 두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일할 의사가 있는 만큼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해고되기 직전까지 롯데호텔은 제게 그런 일자리였습니다. 비록 비정규직이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롯데호텔에 출근하던 첫 날 받은 근로계약서에는 '초단시간 근로계약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관리자는 그 계약서를 주면서 "앞으로 출근해서 매일매일 이걸 2장씩 써서 한 장은 김영씨가 가져가고 한 장은 회사에 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매일매일 2장씩 작성하던 그 일용직 근로계약서를 보면서도 '아, 나는 일용직 알바니까 그날그날 계약이 만료하면 내일은 일이 없는지, 출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건가?'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롯데호텔이 구인광고에 '장기간', '오래' 일할 주방보조를 구한다고 공고했고, 임금도 일주일마다 지급되었으며, 근무 스케줄도 일주일마다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근태를 관리할 목적으로 출근부를 이렇게 작성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계속 장기간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 넘게 매일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네가 있는 그 업무에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적합하다는 윗분의 지시가 있었다. 그러니 내일부터 일하러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호텔에서 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