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오일장은 갯것들이 풍부하다. 갯벌이 기름진 무안과 해제반도를 끼고 있어서다.
이돈삼
사나운 날씨에 또 다시 옷깃을 여민다. 벌써 여러 번째다. 장작불을 지핀 아랫목이 절로 그리운 요즘이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장터는 여전히 걸다. 전남 서남부권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다.
채소전이 분주하다. 무, 배추 등 김장용 채소가 지천이다. 눈길 가는 곳마다 무와 배추다. 겉보기에도 단단해 보인다. 속이 꽉 찬 것 같다. 청각, 새우, 당근, 갓도 널려 있다. 냉이도 성급하게 나왔다. 기름진 황토벌의 무안 들녘이 통째로 옮겨온 것 같다.
어물전도 꽉 찼다. 물때와 맞아 떨어졌는지 갯것들이 모두 싱싱하다. 망둥어, 조개, 홍합, 굴, 새우, 파래, 감태가 보인다. '미운 사위한테 준다'는 매생이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뻘낙지가 귀하다. 무안이 갯벌에서 사는 세발낙지의 본고장인데도 귀하다.
"낙자가 귀해졌어. 장터까지 나올 물건이 없어. 산지에서 다 나가 불어."뻘낙지를 파는 아주머니의 말이다. 워낙 인기가 좋아 장터까지 나올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 옆으로 간간이 외지산 낙지가 눈에 띈다. 낙지 흉년이란 말을 실감한다. 가격도 평소보다 많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