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르카르카에서 토롱페디까지는 토마스, 마케터, 미란과 함께 걸었다. 누가 더 느린지 치열한 경쟁을 하던 미라와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서 걷던 세 사람의 뒤꽁무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처졌다.
Dustin Burnett
미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더워서 그런가 싶으면, 서린 공기 속으로 하얀 입김이 구름처럼 새어나온다. 눈앞의 설산이 시린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들어 올리지 못한 두 눈은 차갑게 식은 두 발에 가늘게 고정되어 있다. 쎅쎅, 쎅쎅. 잦고 강하게 이어지는 숨소리. 더는 못 가, 하는 외침이 바로 튀어나올 만도 한데. 쿨럭! 하고 예고 없던 기침만 강하게 이어진다. 미라는 아무 말이 없다. 쎅쎅. 쿨럭쿨럭. 거칠고 잦은 숨소리, 그리고 기침 소리가 지난 두 시간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다.
"괜찮아?"
그냥 보고만 있기가 안쓰러운 나는 괜찮냐는 질문만 반복한다. 들숨 날숨에 리듬을 맞춰 미미하게 들썩이던 미라의 고개가 끄덕, 하고 조금 더 깊숙이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괜찮다는 뜻이렷다. 아니, 괜찮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가겠다는 뜻이렷다. 아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제발 좀 조용히 하라는 뜻인가. 영양가 없는 질문은 그만 해야겠다. 지금 미라에겐, 내 쓸데없는 질문에 낭비할 호흡 같은 건 없어 보인다.
미라는 지금, 숨 쉬는 것도 곤란한 상태에서 5000m에 가까운 고산을 오르고 있다. 나라면 떼굴떼굴 굴러서라도 당장에 내려갈 텐데. 이 상태로 걷고 있는 미라의 정신력이 참 대단하다 싶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만 걷겠다고 해도 괜찮은데. 야크카르카까지, 마낭까지라도 함께 내려가 줄 수 있는데. 제발 그만 걷겠다고 하지. 미라는 그만 걷겠다는 말 대신 두통이 있다며 다시 한 번 기침을 쏟아냈다. 물을 조금 더 마셔봐. 아픈 미라는 착한 아이처럼 순하다. 대답 대신 물통을 꺼내 물을 두 모금 마신다. 괜찮아, 천천히 가자. 내가 다독였다. 다독이면 안 되는 건가. 억지로라도 돌려보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