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여에서 바라보던 B지구 저녁 풍경예전에는 섬이었던 '검은여'에서 바라보던 서쪽 B지구 간척 농경지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골프장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지요하
나는 1980년대 초의 천수만 간척사업의 발단과 전개 과정, 피해 상황과 보상 문제 등에 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당시 경향신문사에서 발간하는 월간 <정경문화> (후에 <월간경향>으로 이름이 바뀜)의 청탁을 받고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정밀 현장취재를 해서 100매가 넘는 르포를 쓸 수 있었다. '현대, 서산 땅 정복하다'라는 제목의 그 글은 <정경문화> 1986년 신년호에 발표되었는데, 많은 대학교수들과 환경학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
천수만 간척사업의 최대 명분은 국토확장과 식량증산이었다. 천수만 일대 주민들에게는 한마디 물어보는 절차도 없이,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밀어붙인 개발독재의 산물이었다.
나는 한반도 영구 지배를 굳게 믿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앞두고 군량미 확보를 위해 천수만 매립공사를 계획했다가, 농산물 수확보다 수산자원 상실 문제가 더욱 크다는 조사 결론에 따라 공사 계획을 철회했다는 설을 사실로 믿는다. 국토확장과 식량증산이 천수만 황금어장 상실로 인한 수산자원 피해를 결코 상쇄하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날로 썩어가는 간월호와 부남호 두 인공호수의 수질 개선과 유지를 위한 비용 등을 놓고 볼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큰 기형상태는 마냥 지속되고 있다.
언젠가는 천수만 제방을 열어 간척지를 다시 바다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수만 A지구와 B지구 제방의 한 부분을 절개하여 완만한 아치형 다리를 만들게 되는 날을 꿈꾸기도 한다. 아치형 다리는 도로 구실을 하고, 그 다리 밑으로는 바닷물이 소통되어 천수만 간척지 일대가 다시 바다가 되는 꿈이다. 그렇게 되면 육지가 되었다가 다시 바다가 된 천수만의 역사성과 고유한 풍경, 긴 제방과 아치형 다리가 어우러진 도로는 그야말로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