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 환풍구 덮개가 붕괴되면서 그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20여 명이 아래로 추락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그런데 우리는 단지 사고와 재난 때문에만 불안정한 것일까? 사회 전체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갈 때 우리의 삶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그것은 재난과 사고 못지않게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큰 고통이다. 지금도 하루에 40명이 자살을 한다. 무려 한 해에 20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노동재해로 죽어간다.
부동산 값이 뛰고 투기가 자유화되면 가난한 시민들은 살아갈 집이 없어서 아등바등한다. 기름값과 전기값과 가스비가 오르면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집 안에서도 동상에 걸리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의료가 돈벌이의 수단이 되면 병에 걸리는 순간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삶의 불안정성이 우리 사회에는 가득하다.
이렇게 삶의 불안정성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인간의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이 사회가 낳은 결과물이다. 경쟁과 이윤이 사회의 가치가 되는 순간, 더 많은 이들이 위험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경쟁을 통해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공포와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안전은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우리 사회의 달음박질을 멈추고, 이제 모두가 함께 사는 삶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환기시켰다. 우리가 '4·16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위한 인권선언'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 참사의 고통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해가기 위해서이다.
위험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우리가 위험사회를 바꾸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생명의 존엄과 안전은 권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비용으로 계산하고, 정부가 안전의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정부는 '안전'을 이야기하며 오히려 생명의 존엄을 위해서 싸우는 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싸우는 이들을 '사회불안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위험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관리감독을 한다고 하면서 기업과 정부만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 카르텔에 균열을 내고, 시민들이 직접 통제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우선 시민들이 위험을 알아야 한다. 기업들이 제대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는지 안전설비를 제대로 하는지, 안전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정부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는지, 구조인력은 충분한지, 안전점검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시민들이 위험에 대해서 직접 알 수 있어야 하고,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시민안전위원회'와 같은 구조를 통해서 전문가들과 더불어서 직접 안전점검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이 있다면 이 위험에 대해서 널리 알릴 수 있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사회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바꾸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고자 해야 한다. 이것은 위험사회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이다.
바로 이러한 권리를 선언하고 현실의 힘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4·16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위한 인권선언'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의 목록을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침해받고 있는 권리를 시민들의 입으로 직접 선언하며, 그 권리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과 힘을 합하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4·16 참사를 보며 가슴 아파한 많은 이들, 정부와 언론의 조직적 방해 속에서 제대로 된 특별법이 되지 않았던 것에 실망했던 이들, 그렇지만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반드시 달라지도록 우리의 삶을 바꾸겠다고 결심하는 이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에 의해 '생명의 존엄과 안전'이라는 우리의 권리가 선언되고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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