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후반부에는 마리 앙투아네트(김소현(좌)/옥주현(우)) 드레스의 화려한 색감이 점점 빠져나가다 결국 흑백만 남게 된다.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지금껏 우리가 알던 철없이 순수하고 화려한 모습의 그녀와 그런 모습들에 가려져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녀의 외로움과 불행을 교차해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평판에 결정타를 기록한 '목걸이 사건'이나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의 역사 속 사건들은 사실과 허구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새로운 팩션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한다.
특히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의 대명사인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한만큼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호화로운 비주얼은 '역대 최고급'이다. 18세기 당시 궁중 생활을 재현하기 위해 고증을 거쳐 제작된 풍성한 주름 장식의 드레스와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의 가발은 마레 지구 빈민들의 단순하고 초라한 의상들과 대비를 이루며 귀족과 군중의 갈등 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극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이 강화되면서 그녀의 드레스 주름과 보석장식, 화려한 색감이 점점 빠져나가다 결국에는 흑백만 남게 된다. 이는 경사진 무대와 더불어 마리 앙투아네트의 추락을 은유하며 불안하고 위태로운 삶을 표현하는데 일조한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로 기억되는 불운한 여인, 고작 14살에 정치적 비즈니스 차원에서 정략결혼을 해야 했던 여인, 남편은 죽고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며 아들과 근친상간을 했다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연했던 여인, 극의 전개에서 보여준 아쉬움과는 별개로 관심 밖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이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한층 더 궁금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